SK 최정은 홈런 개수만큼이나 사구가 많은 타자다. 최정이 11일 열린 LG전에서 임찬규의 공을 맞고 있다. 이 사구로 최정은 KBO리그 최초로 200사구 고지를 밟았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SK 최정. 스포츠동아DB
● 최정의 사구는 홈런타자의 숙명이다
누구보다 최정을 오래 지켜본 SK 정경배 타격코치는 “(당연히 선수는) 사구 스트레스가 있다. (많이 맞는 이유는) 피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뜻 평범한 말 같은데, 설명을 잘 들어보면 최정의 비범함이 드러난다. 최정이 피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피하는 기술을 모르거나, 민첩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의도된 것에 가깝다. “(최)정이는 타격 메커니즘 상, 중심을 뒤에 둔다. 몸쪽으로 공이 온다고 뒤로 물러나는 순간, 그 중심이 무너지게 돼있다. 그러나 최정은 맞아도 안으로 들어간다. 몸으로 날아오면 맞은 다음에 피한다.” ‘공에 맞아 몸에 멍이 들지언정 타격폼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최정의 의지력이 200사구를 만들었다’는 시각이 정 코치의 설명이다. 1342경기에서 최정은 255홈런을 기록했다. 2016년 40홈런에 이어 올 시즌 이미 30홈런이다. SK에서는 “KBO 사상 첫 200홈런-200사구 타자”라는 의미 있는 ‘농담’을 들을 수 있다. 정 코치의 분석을 대입하면 최정의 홈런과 사구는 같이 연동되는 것이 필연에 가깝다.
SK 최정.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최정은 왜 몸에 공을 맞고도 화를 안 낼까?
200개의 사구를 맞는 동안, 최정이 흥분한 적은 거의 없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삼성전에서 대신 분노를 표출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이에 관해 최정한테 이런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18세)부터 데뷔를 했다. 몸에 맞아도 선배투수들한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습관이 쌓이다보니 (너무 아픈 데를 맞거나, 고의라 생각해도) 화를 못 내겠더라.” 그렇다고 타격폼을 바꾸거나 재빨리 피해서 장타를 못 치는 ‘타협’은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 대신 최정이 터득한 방편은 소위 ‘크게 다치지 않도록 맞는 요령’이다. 정 코치는 “최정은 공을 등으로 맞는다. 정석을 잘 익혔다”고 칭찬한다. 최정의 255홈런이 빛이라면 200사구는 그림자다. 둘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