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이변 아임유어파더 우승, 믿음이 통했다

입력 2017-07-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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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열린 제13회 부산광역시장배에서 상반기 최대이변을 만들며 우승한‘아임유어파더’의 조교사 데이비드 밀러. 열정과 신뢰로 스태프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다. 사진제공 ㅣ 한국마사회

‘제13회 부산광역시장배’서 강자 제쳐
무명 외국조교사와 마필관리사의 쾌거

9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열린 제13회 부산광역시장배에서 상반기 최대 이변이 나왔다. 유일한 3세마로 출전한‘아임유어파더(미국, 3세 수말)’가 현재 한국경마를 호령하는 명마들을 뿌리치고 1위로 들어왔다.

부산광역시장배는 상반기 그랑프리로 불리는 전통의 대회다. 올해 두각을 나타낸 국산마와 외산마가 총출동해 연말 대통령배와 그랑프리에 버금가는 규모로 열렸다. 2016년 그랑프리 우승 ‘클린업조이’와 2017년 두바이월드컵 결승선에 진출한 ‘트리플나인’은 물론이고 최근 5연승의 ‘챔프라인’ 등 정상급 말들의 경쟁장으로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아임유어파더’는 지난해 2세 경주마를 대상으로 한 경남도민일보배에서 우승해 가능성은 평가받았지만 워낙 쟁쟁한 말들이 나서 우승후보에 들지 못했다. 게다가 한국경마에 존재감이 없던 데뷔11개월 차 외국인 조교사와 젊은 마필관리사 5명으로 구성한 팀이라 더욱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임유어파더’를 훈련시킨 데이비드 밀러 조교사(54)는 “강한 상대를 맞아 우승으로 이끌어 준 마필관리사와 이희천 기수에게 감사한다. 여세를 몰아 부경 11조를 한국경마 최고의 마방으로 성장시키겠다”며 모든 공을 스태프에게 돌렸다.

물론 이번 우승 이면에는 조교사와 마필관리사의 과감하고도 치밀한 용병술과 의기투합이 있었다. 뉴질랜드, 일본, 호주, 미국 등에서 경주마훈련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온 데이비드 조교사는 2016년 9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데뷔했다. 통산전적은 97전 7승으로 좋지 않았다. 마방에는 22두의 경주마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다른 마방에서 다치거나 퇴물로 취급받던 말들을 받아 모은 것. ‘재활마방’으로 불렸다.

사실 이번 대회도 ‘아임유어파더’가 고질적인 오른다리 부상이 있어 건강상태에 따라 경기포기까지도 생각했다. 하지만 마필관리사의 노력과 조교사의 과학적인 훈련이 더해져 ‘아임유어파더’의 상태가 좋아졌다.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식의 고압적인 마방운영이 아닌 마필관리사들이 가진 능력과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사람 중심의 시스템을 통해 마필관리사의 하고자하는 열정도 살아났다.

‘아임유어파더’와 함께 최고의 말 타는 기술을 보여준 이희천 기수를 선택한 것도 뛰어난 용병술이다. 올해 단 1승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해 보통 같으면 다른 기수를 투입하는 게 상책이었다. 주변에서도 기수를 빼라는 권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밀러 조교사와 마필관리사는 이희천 기수로 밀어붙였고 결국 최적의 작전전개로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밀러 조교사는 “한국은 세계에서 경마가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다. 치열한 경쟁을 통한 스포츠로서의 경마를 실현하는 부산경남경마는 그 중심에 있다. 30여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의 웃어야 경주마가 웃을 수 있다’는 원칙이 생겼다. 지난해 데뷔할 때 뛰어난 자질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스태프를 직접 구성했고, 그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우승을 만들어 가는 것이 조교사의 일이다”라고 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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