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연한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는 온갖 욕을 다 먹더니, ‘아버지가 이상해’를 통해 이제는 너도 나도 따라하고 싶은 ‘워너비’스타로 떠올랐다. 이유리는 현재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사진제공 | IHQ
끝나가는 게 아쉬워 우리끼리 눈물 글썽
김해숙 선배님과 3번째…진짜 엄마 같아
이번에 코믹연기 갈증 풀어…사극도 욕심
결혼 8년차지만 시댁 배려로 지금도 신혼
2세 계획은 아직…일이 재밌는 걸 어쩌죠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표독스러운 연민정은 더 이상 없다. 현재 방송중인 KBS 2TV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똑 부러지지만 약간의 ‘허당’의 반전 매력으로 유쾌한 웃음을 안기고 있다. 연기자 이유리(37)가 완벽하게 이미지를 변신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그의 ‘걸크러시’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유리는 “이러한 반응을 기대하고 연기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행복해보였다.
드라마는 2회 연장돼 총 52회로 27일 종영한다. 현재 8회를 남겨놓고 이유리는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지만, 힘든 기색은커녕 끝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 “변혜영을 연기하며 어린시절을 추억”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이번 작품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상했다. 잘 모르겠지만 그냥 너무 편했다. 우리끼리는 ‘전원일기’처럼 만들자는 얘기도 한다. 하하!”
이유리의 이 같은 발언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가 1980년부터 2002년까지 1088회를 방송한 것에 대한 부러움이다. 그는 “주말드라마는 성별에 따라 대기실이 하나씩이어서, 출연자들이 다같이 사용하는데, 서로 만나면 껴안는다. 6개월 동안 많이 친해져 서로 눈만 마주치면 울려고 한다”며 “출연자들끼리는 ‘100회까지도 할 수 있는데’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가족드라마 특성상 ‘아버지가 이상해’ 출연진은 돈독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그는 “김해숙 선배님과는 세 번째 같은 작품이라, 진짜 어머니 같다”며 “드라마 속에 나오는 집에서 실제로 살고 싶을 정도”라며 웃었다.
극중 이유리는 1남3녀 중 장녀로 변호사가 직업인 변혜영을 연기한다. 실제로도 1남3녀이지만, 다른 점은 막내이다. 스무 살 초반부터 연기활동을 하면서 가족과 지낼 시간이 많지 않았던 탓에 드라마를 찍으며 어린시절을 추억하곤 한다.
“어렸을 때는 언니들과 짜장면 한 그릇에도 싸우고 ‘내 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극중 동생인 정소민, 류화영과 한 방에서 부대끼며 지내는 장면이 많다보니 새삼 그 시절이 그립더라.”
● “‘악녀 전문’ 고정관념 바꾼 것 같아 만족”
이유리가 ‘아버지가 이상해’를 통해 동료들과의 호흡은 물론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면, 시청자는 이유리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스스로도 ‘악녀만 잘 하는 거 아니냐’는 일부의 고정관념을 바꿔놓은 것에 만족해했다.
“‘왔다! 장보리’ 이후 악역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제가 어떤 역할을 잘 한다, 못 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시청자 시선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역할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패션감각도 마음껏 뽐냈다. ‘아버지가 이상해’의 이정선 작가는 이유리는 만나자마자 ‘패션’을 첫 번째 주문사항으로 꺼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이기에” 이유리의 작가의 요구를 100% 수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스타일링이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일 수 있는 하나의 장치이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리는 바쁜 촬영 일정에도 틈 날 때마다 백화점을 찾았다.
그는 “신상이 출시되면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했다”며 “미술을 해서 색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고, 장면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이나 의상, 헤어스타일 등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스타일리스트에게 전달해 함께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연기하랴, 캐릭터 분석하랴 24시간으로는 하루가 부족하다. 8년차 주부로서 가정도 챙겨야한다. 하지만 두 가지 일을 완벽하게 하기란 쉽지 않은 일. 다행히 “시댁의 배려로 지금도 신혼처럼 지내며 일에도 매진할 수 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결혼은 양가 가족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의 관계다. 서로 아프지 않고 각자 맡은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내조이고, 외조이지 않느냐”라는 시부모의 격려에 힘을 얻는다.
● “연기에 대한 재미와 애정, 공백 없는 활동의 비결”
이유리는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했다. 2001년 드라마 ‘학교4’로 데뷔 후 매년 한 작품은 꼭 할 정도로 공백이 없다. 중단 없는 연기활동의 원동력은 연기에 대한 애정이다.
“저에게 꿈 하나만 얘기하라고 하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다. 착한 캐릭터, 악녀 등 인물을 맡으면서 코믹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이번에 풀었다. 아직 사극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사랑과 야망’으로 시대극을 경험했는데 재밌더라. 장르물도 하고 싶고. 못한 게 너무 많다.”
아직은 ‘연기자 이유리’로서 하고 싶은 게 많다. “나이가 많지만” 2세 계획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세울 예정이다. 그는 “이런 저를 보고 어른들은 ‘철이 없다’고 하시는데, 일이 재밌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양가 부모에 죄송스러워한다.
“우리 직업이 재밌지 않나. A4용지 수십 장의 대사를 암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연기로 표현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힘들다가도 ‘아, 이래서 연기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제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매력이다.”
● 이유리
▲1980년 1월28일생 ▲2000년 계원예술대 매체예술과 입학 ▲2001년 KBS 2TV 드라마 ‘학교4’로 데뷔 ▲KBS 연기대상 청소년 연기상 ▲드라마 ‘명성황후’ ‘러빙 유’ ‘아내’ ‘부모님 전상서’ ‘엄마가 뿔났다’ 등 ▲2014년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로 전성기 ▲MBC 연기대상 대상·방송 3사 PD가 뽑은 올해의 연기자상 ▲2016년 KBS 2TV ‘천상의 약속’, KBS 연기대상 일일극부문 우수상 ▲뮤지컬 ‘친정엄마’ ‘오! 캐롤’ 등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