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극본 김선희, 연출 고동선 최정규)가 24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지난달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세련된 연출과 신선한 소재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해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죽어야 사는 남자’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연기의 신’ 최민수의 열연이 있었다. 매회마다 레전드 장면을 탄생시키며 안방극장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그의 코믹 연기가 가장 빛을 발한 명장면 세 가지를 꼽아본다.
먼저, 첫 번째 명장면으로 꼽힌 것은 바로 진짜 딸 ‘지영 A’(강예원)과의 장터 데이트 장면이다. 우연히 만난 ‘지영 A’에게 가이드를 부탁한 백작(최민수)은 압달라(조태관)과 함께 실로 오랜만에 그토록 먹고 싶었던 불닭발, 번데기 등을 흡입하며 연신 “아이 러브 잇”을 외치는가 하면, 불닭발의 얼얼한 매운맛에 단무지를 혓바닥에 올리는 등 최민수이기에 가능했던 고품격 잔망미로 시청자들에게 웃음 폭탄을 투척했다. 여기에 오랜만에 맛본 한국의 매운맛으로 인해 갑작스레 찾아온 화장실 신호로 안절부절 못하며 다리를 꼬는 등 얼굴 표정을 넘어서 온 몸으로 표현한 상황에 딱 들어맞는 최민수표 연기는 그의 깊은 연기 내공을 여실히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어 ‘지영 A’가 자신의 친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사위 ‘강호림’(신성록)을 향해 백작이 분노를 쏟아내는 장면이 두 번째 명장면으로 꼽혔다. 당당히 회사로 찾아가 ‘호림’을 끌고 나온 백작은 자신이 ‘지영 A’의 진짜 아빠라는 사실을 밝히고 터져 나오는 분노의 끝에 결국 작은 교통 사고까지 당하게 되면서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백작의 분노 게이지는 여전히 하늘을 찌르고 급기야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호림’의 위에 올라타 멱살까지 잡게 되었던 것. 이 장면에서는 코미디를 베이스로 한 장인과 사위의 ‘톰과 제리’ 같은 앙숙 케미가 빛을 발해 어떤 배우와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케미왕 최민수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꼽힌 명장면은 바로 딸 ‘지영 A’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고 싶은 여리디 여린 아빠로서의 백작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일명 ‘꾀병 백작’ 장면이다. 갑작스레 쓰러진 백작을 위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김밥을 싸서 방문한 딸 앞에서 어린아이 마냥 일부러 더 아픈 척 연기를 하는 모습은 35년 만에 찾은 미안함과 애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과 왠지 모를 짠함을 함께 느끼게 해줬던 것.
최민수의 열연은 드라마 속 매 장면이 모두 ‘역대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굴 세포 하나하나까지 연기하는 배우라는 평을 받고 있는 최민수는 이번 ‘죽어야 사는 남자’를 통해 기존 강하고 마초적인 상남자 이미지에서 탈피,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코믹하면서도 친근하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때문에 최민수 역시 이번 작품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종영을 코 앞에 둔 최민수는 “먼저 지금까지 ‘죽어야 사는 남자’를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그리고 모든 스태프와 감독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번 작품은 나 스스로에게도 도전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모든 장면 하나 하나가 고민의 연속이었지만 시청자 분들의 성원과 동료 배우,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마지막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도 내 연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은 작품이기에 나 스스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끝나지만 한동안은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겠다. 많은 분이 우리 드라마를 보는 동안만큼은 통쾌하게 웃으시면서 즐기셨길 바라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