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박광현 “실장 캐릭터→악역, 장모님이 더 응원”

입력 2017-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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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광현이 데뷔 20년 만에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악역으로 변신했다. 그가 이렇게나 악역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연기 변신이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그의 연기 변신이 성공적이라고 평하고 있다.

“연기하는 건 두렵지 않았어요. 비슷한 캐릭터만 하면 리액션이 일정하잖아요. 만날 써먹던 리액션의 기술들이 있는데, 쓰지 않던 걸 해야 하니까 그런 게 제일 힘들었죠. 또 꾸며진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런,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이는 것도 어려웠어요. 주로 다정하거나 풋풋한 역할을 많이 해와서 (악역을 할)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언니가 살아있다’를 통해 악의 진수를 보여준 그이기에, 이번 드라마가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후 차기작을 선택할 때, 이번 드라마 속 악랄한 캐릭터로 인해 예전의 ‘실장 캐릭터’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은 없을까.




“안 들어오면 그냥 계속 깐족으로 오래 가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연기를 하면서 재미있는 건 깐족이 재미있더라고요. 하면서도 재미있고, 스태프들도 좋아하더라고요.”

심지어 박광현은 노숙자 행세를 하고 등장, 기존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반듯하고 말끔한 이미지를 자주 보여준 그가 그렇게 파격적으로 망가지기까지 우려는 없었을까. 그는 “그 쪽에 가까울 수록 편해지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에도 워낙 안 꾸미고 수수하게 다니거든요. 저희 집에서 카페까지 차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제가 커피를 사러 나가면 제 와이프가 ‘그렇게 입고 가려고?’라고 물어요. 노숙 패션이 거의 실생활 패션이어서 어색하지 않았어요(웃음).”

특히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예전 김순옥 작가의 작품 ‘아내의 유혹’ 속 정교빈(변우민 분)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났을 터. 심지어 제2의 정교빈이라는 이야기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근데 그 캐릭터를 모방하거나 카피하진 않았고, 같은 작가님의 작품이라서 나쁜 놈이 망가지는 순서가 비슷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동안 이런 캐릭터는 내 것이 아니구나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이젠 제 분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 비슷한 캐릭터를 하니까, 같은 드라마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게 있었는데, 마침 좋게 연결이 된 거죠.”

결혼 이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박광현이 ‘언니는 살아있다’를 선택했다. 파격적인 나쁜 놈 캐릭터에 불륜 등의 소재까지 그가 한꺼번에 감당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특히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박광현에게 아내와 아이가 생겼다는 것. 그런 점이 이번 작품을 선택할 때 망설이는 부분이 되진 않았을까.



“전 별로 그런 건 신경 안 썼어요. 나쁜 놈이라는 것만 알고 시작을 했는데, 첫 대본을 보니 불륜현장 신도 있고 대본에 불꽃 키스가 쓰여 있으니까 어떡하지 했죠. 근데 아내는 생각보다 쿨하더라고요. 그래서 걱정을 안 했어요. 일이니까요. 장모님이나 처가댁에서 보시고 기분이 안 좋으실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오히려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렇게 ‘언니는 살아있다’는 배우 박광현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바른 이미지의 사나이가 180도 연기 변신을 시도하면서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그동안 이런 것도, 이런 모습도 있는데 그 끼를 감추고 실장님 캐릭터만 했던 게 죄송스럽기도 해요. 백마탄 왕자의 모습을 좋아한 분들은, ‘나의 왕자님이 나쁜 놈이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많지는 않지만 일본 팬분들의 그런 반응이 좀 있어요. 이번 작품을 보면서 왕자님이 사라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박광현은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이했다. SBS에서 데뷔해 SBS에서 데뷔 20년 기념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첫 악역 변신에 나서기도 했다. 여러모로 뜻 깊을 수밖에 없다.

“20년이 실감 안 나요. 근데 정말 시간이 빠른 것 같고요. 데뷔했을 때 조연출이었던 형이 지금 베테랑 감독이 돼있고요. 그러면서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그런 생각도 들죠. 제가 1997년에 데뷔했는데, 그때 태어난 친구들이 성인이더라고요. 사실 ‘언니는 살아있다’가 데뷔 20주년 작품이에요. SBS에서 데뷔해서, 여기서 20주년 기념 드라마를 찍게 됐고요.”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번 작품으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힌 그의 차기작은 무엇이 될까.

“예능 쪽 일을 본격적으로 해볼 계획이에요. 그리고 내년에 드라마도 하나 계획하고 있고요. 가구도 열심히 만들고, 골프 레슨도 하면서 버리는 시간이 없게 40대를 살 생각이죠.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내성이 생겼어요,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그런 내성이(웃음).”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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