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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기획] 가족들이 전하는 삼성화재 신치용 단장의 ‘절반’

입력 2017-10-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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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신치용(앞 오른쪽) 단장에게 농구선수 출신인 부인 전미애(가운데) 씨, 농구선수 출신 딸 신혜인, 배구선수 사위 박철우(앞 왼쪽)는 영원한 우군이자 지지자다. 용인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삼성화재 신치용(앞 오른쪽) 단장에게 농구선수 출신인 부인 전미애(가운데) 씨, 농구선수 출신 딸 신혜인, 배구선수 사위 박철우(앞 왼쪽)는 영원한 우군이자 지지자다. 용인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삼성화재 신치용(62) 단장은 어렵다. 무표정 속에 무엇을 의도하는지, 가늠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신 단장이 가족 앞에선 한없이 약하다. 가족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의 첫 반응부터가 평소의 신 단장과 달랐다. “집사람한테 물어보고요.”

그렇게 성사된 인터뷰. 9월 25일 오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신 단장과 부인 전미애 씨, 딸 신혜인, 사위 박철우를 만났다. 그러고 보니 4명 모두가 체육인이다.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 가족(부인 전미애, 딸 신혜인, 사위 박철우).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 가족(부인 전미애, 딸 신혜인, 사위 박철우).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단장과 선수, 장인과 사위, 그리고 가족들

-남편과 사위의 배구를 볼 때 기분이 다릅니까?



전미애 씨(이하 전) : “남편 감독할 때는 안 떨렸는데, 사위는 볼 때마다 긴장돼요. 남편은 감독으로서 믿으니까(웃음). 사위라서 그런지 늘 불안하고, 다칠까봐 조마조마해요. 신 단장이 선수 시절 세터였는데 그땐 떨리지 않았어요. 배구를 몰랐으니까요.”


-배구인으로서 신 단장은 절제가 몸에 밴 듯합니다.



전 : “가정에서도 절제를 너무 해(웃음). 배구 얘기 안 했어요. 요즘은 좀 하는데 사위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신치용(이하 신) : “감독 할 때, 팀 얘기 일체 안 했어요. 철우도 내가 싫어하는 거 아니까 집에선 배구 얘기 한마디 안 해요. 감독 부인이나 식구가 나서면 나중에 문제돼요. 내가 감독할 때 우리 집에 와본 선수나 스태프가 없어요.”

전 : “언젠가 축승회를 가족 모임으로 했어요. 제가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떤 분이 ‘누구 가족이세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웃음).”


신혜인(이하 혜인) : “이번 KOVO컵 때 처음으로 아빠 옆에서 배구를 봤어요. 딸 소율이 덕분이죠. 그 전에는 사무실, 훈련장 한번 들어가 본 적 없어요. 한여름에 훈련장에 갔는데 아빠가 저는 땡볕인데 밖에 있으라 하고, 손녀만 안고 들어갔어요(웃음).”

신 : “나는 철저하게 감독으로서 생각해야 돼요.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면 리더 아니에요. 집사람한테 시시콜콜 팀 얘기 하다보면 내 판단이 흔들릴 수가 있어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신 단장이 박철우와의 FA 협상은 사무국장을 내세울 수도 있었는데 직접 했습니다.

신 : “장인, 사위 관계이지만 FA는 단장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안 불편했어요. 사무국에 기준 안은 내라고 했고, 그대로 했어요. FA, 연봉협상 할 때 말을 많이 할 필요 없어요.”


-단장과 협상하려니 저항하기 힘들었겠습니다.

혜인 : “제가 하고 싶었어요(웃음).”


박철우(이하 철우) : “다른 팀에서 뛸 상황도 아니고, 재계약 자체가 고마웠어요. 생각보다 평가도 좋았고요. 제가 제일 마지막에 했어요. 딱 한번 부르셨어요. 세 번째 FA에요. 충분히 누릴 만큼 누렸어요. 후배들도 FA 제도가 좋아지니 덕 봤으면 해요.”

신치용 단장-박철우(앞쪽). 스포츠동아DB

신치용 단장-박철우(앞쪽). 스포츠동아DB



● 박철우 향한 모진 꾸지람, 가족들은 이해해

-‘사위 박철우는 나무랄 데 없는데 선수 박철우는 갈 길이 멀다’고 하셨다죠?


신 : “그렇죠. 처음에 엄청 깨졌지.”


-단장이 감독인 시절, 작전타임 때 ‘철우야, 너한테 실망이다’라고 일갈했었죠. 조마조마했겠습니다.

전 : “인터넷에 아직도 떠돌아다녀(웃음). 조마조마하지 않았어요. ‘저러려니, 저럴 줄 알았다(웃음).’ 남편이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해도 어느 한 편엔 사위라는 부분이 있을 텐데 사위를 더 강하게 키우고 싶어서 그랬던 거죠. 시청자는 ‘너무한다, 잔인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신 : “나는 김세진 감독, 신진식 감독, 선수 때부터 악착같이 안 하면 못 받아들였어요. 기본에 불성실한 것은 질책을 많이 해요. 철우 처음 왔을 때, ‘선수가 수비를 저리 하지?’ 옛 삼성화재 멤버들은 정말 기본기 좋았거든. 김세진, 김상우, 신진식, 최태웅 다 넘치는 사람들이에요.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감독의 일이었죠. 원칙에 맞게. 많이 이긴다고 욕먹는 걸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원칙에서 틀리느냐, 안 틀리느냐, 그게 중요했어요.”

혜인 : “그때 못하긴 못했어요(웃음). 저도 어렸을 때부터 삼성화재의 고급배구를 보며 자랐는데….”

철우 : “역시 딸이구나 싶었죠(웃음). 원래 예전 팀에서 공격만 했고, 제 위주로 플레이가 돌아갔죠. 그런데 이 팀에선 외국인선수 보조 역할이니 처음에 적응 못했죠.”


-박철우의 삼성화재 이적 첫해 꼴찌로 스타트를 했었죠. 당시 집안 분위기도 최악이었겠네요.

전 : “남편이 밖에서는 살벌하게 했을지언정 집안으로 끌어들이지 않았어요. 꼴찌를 할 때에도 남편이 식사하면서 ‘우승할 수 있어’하는 거예요. 식구들도 ‘말이 돼?’하며 비웃었죠.”

철우 : “저도 안 될 거 같았는데 됐어요(웃음).”

신 : “자부하는 것은 내가 그리 악착 같이 독하게 해서 삼성화재 20년이 있었어요. 우승 한번 했다고 폼 잡았다면 바로 처박혔지. 나태해지거든. 우승했는데 ‘왜 그리 연습 많이 시키느냐’는 소리도 들었는데, 그건 그들 생각이고….”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과 부인 전미애 씨.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과 부인 전미애 씨.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배구장에서의 얼굴, 집에서의 얼굴

-결혼까지 어디서 인간적 매력을 느꼈습니까?


전 : “몰랐죠. 어려서. 태릉선수촌에서 만났어요. 되게 똑똑해 보였어요. 말도 많이 안 했는데. 느낌이. 그리고 글씨를 예쁘게 잘 썼어요(웃음).”

신 : “탁월한 선택이었지.”


-신 단장이 무뚝뚝해서 재미없을 듯 합니다.

전 : “집에선 그러지 않아요. 밖에서 보는 신치용과 집에 있는 신치용을 알면 상상이 안 갈 정도일 걸요. 음식도 너무 잘하고.”

철우 : “제일 적응 안 된 게 죽도록 혼나서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서 집에 오면 너무 달라져 있으세요. 저는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아서 웃을 수도 없고…. 그러다 숙소 가면 또 혼나고….”

전 : “저희는 숙소의 표정을 모르는데 철우는 (남편) 표정 자체가 다르다고 해요.”

신 : “숙소는 전쟁터잖아.”

철우 : “연습 분위기가 숨 막혀요. 쓰러지는 선수도 나왔어요. 그 덕분에 챔프전 같은 큰 경기 가도 동요되지 않은 것 같아요.”


-평생을 동고동락하다보면, 배구가 잘 될 때, 안 될 때 아무래도 다르지 않습니까?

전 : “티 안 내요. 감독 와이프로서 스트레스 한번도 없었어요. 집안 분위기가 경기 지면 살벌할 줄 아는데 저희 집은 안 그랬어요. 제 생각으론 정말 힘들 땐 집에 안 왔어요.”

신 : “안 되면 숙소에서 자야죠. 새벽에 불 밝혀놓고 있고, 혼자 앉아 있으면 전부 긴장되잖아요. 늘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긴장을 주려 했죠. 균형 있는 긴장이 유지되어야 발전이 돼요.”


-딸 둘한테는 미안함이 있겠습니다.

신 : “어릴 때 같이 시간을 못했으니까…. 1989년 청소년 대표팀 코치로 시작해서 1994년까지 국가대표 코치, 1995년 삼성화재 감독 맡고 창단해서 팀 만든다고 했고, 국가대표 감독도 맡아서 겨울엔 팀, 여름엔 태릉 이렇게 20년이었어요. 아이들하고 같이 할 시간이 없어서 미안해요.”


-그래서 딸한테 꼼짝 못한 겁니까?

신 : “손녀(소율, 시하)한테 애정이 많아요. 딸한테 못 해줬으니까.”


-가족들이 단장님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요?

전 : “남편한테 바라는 것 너무 많아요(웃음). 혜인이나 철우한테는 바라는 것 없어요.”

신 : “더 이상 어떻게 해?”

혜인 : “손녀한테 하는 절반만 나한테 해줬으면.”

신 : “아예 기대를 하지 말아(웃음).”

철우 : “술 좀 덜 드시고 건강 챙기셨으면 해요.”


-단장님이 가족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요?

신 : “나한테 바라지 마라(이 말을 툭 던지며 신 단장이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기자도 할아버지 미소가 어떤 것인지 봤다).”

용인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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