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하고 따라붙고…선행형들이 달라졌다

입력 2017-10-1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구력을 바탕으로 선두에서 나서 우직하게 질주하던 선행형 선수들이 마크나 추입같은 상대선수를 견제하는 작전을 병행하면서 승률이 높아지는 등 경기력이 업그레이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 경륜 선행형 선수들의 진화

병주 선행 전술…마크·추입 등 변칙 작전도
2·3착 전문 조용현, 129.2배 잭팟 급성장
설영석도 완급 조절·후위 견제로 승승장구


경륜 선행형 선수들이 진화하고 있다. 흔히 ‘선행형’은 상대를 활용하는 작전없이 한 바퀴 또는 반 바퀴를 자력으로 승부하는 선수들을 말한다. 대열 선두에서 달리는 선행형 선수는 바람 또는 자전거가 질주할 때 발생되는 공기 저항으로 인해 뒤에서 몸을 웅크리며 쫓아오는 선수에 비해 약 30% 가량 힘을 더 소모한다. 따라서 한 바퀴를 선행승부로 결승선을 통과하려면 그만큼 많은 체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평소 강도 높은 훈련이 요구된다. 선행형은 대체로 순발력보다 지구력에 자신있는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조종술 같은 주행 기술이 떨어지는 비선수 출신이나 위험한 몸싸움을 체질적으로 싫어하거나 대열 후미 주행을 답답해하는 선수들이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 선행형 선수들이 달라졌다. 한 바퀴를 앞에서 끌어줄 줄 알고 자리를 내주었더니 돌연 마크, 추입 같은 변칙 작전을 구사하기도 하고, 교묘하게 뒷 선수를 외선으로 병주시켜 바깥으로 흐르게 만들며 견제한다. 선행밖에 모르던 선수들이 요즘 유행처럼 상대 견제 등의 기술적 보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우수급 붙박이로 활약 중인 조용현(16기, 32세, A1반)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2,3착 전문 선수였다. 연대율은 50%에 육박하지만 승률은 10% 미만인 그야말로 복승이나 삼복승 전용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22일 토요일 광명 경주에서 조용현은 뒤따라오던 우승후보 주효진을 병주 상황에서 이겨내며 1위로 골인했다. 당시 정점식과 동반입상, 쌍승 129.2배의 고배당을 터트렸다. 이후 조용현은 심심찮게 이런 작전을 구사하거나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젖히기나 추입으로 연대율은 물론 승률도 크게 끌어올렸다. 최근 7회차 총 21경기의 성적을 살펴보면 연대율이 76%, 승률은 38%에 달한다. 더 이상 초반에만 쌩쌩 달리다 뒷심 부족을 드러내는 2,3착 전문 선수가 아닌 셈이다.

최근 선발급에서 선행형 강자로 급부상한 설영석(19기, 30세, B1반)도 마찬가지다. 지역 선배로 선행형의 대명사인 장보규가 롤모델이라는 설영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종만 치면 앞에서 열심히 끌다가 사라지는 존재감이 없던 선수였다. 2016년 총 59경기에서 선행으로 2위 입상 다섯 차례가 전부였다. 연대율 24%, 승률은 고작 7%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 꾸준한 훈련으로 선행에 맞게 변화했고 이후 완급조절능력 및 후위 견제력까지 향상되면서 승승장구 중이다. 현재까지 45경기에 출전해 선행 우승 4회, 2착 7회로 승률 36%, 연대율 49%의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9월15일에 열린 광명 2경주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박효진, 박유찬을 따돌리고 우승하며 쌍승 34.8배를 기록했다. 설영석은 인터뷰에서 강자들과의 경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른바 ‘병주 선행’을 맹연습중이라 했다.

선행형들의 변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좋은 위치를 얻어 활용할 상대가 있다면 최대한 승부거리 좁혀가기. 두 번째, 뒤에서 역전을 노리는 추입형이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게 병주로 견제하기. 마지막으로, 상대가 강할 때 입상에 실패하더라도 선행전법을 통해 주도형이란 이미지를 심어준 후 결정적인 시점에 좋은 위치에서 작전을 바꿔가는 것이다. 과거 잘나가던 선행형 선수들이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 열세를 고려해 비교적 체력 소모가 덜한 마크 추입형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