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현 “가수 자존심 내려놓으니 연기로 공감하는 법 알게 됐죠”

입력 2017-10-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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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인 가수 활동 외에 펼치는 연기는 그에게 뜨거운 열정을 안겨주었다. 일의 우선순위나 비중은 따질 수 없지만, 연기할 때는 또 다른 희열을 맛본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그는 쉴 새 없이 뛰는 심장의 박동을 느꼈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씨앤블루 이 종 현 연기한 이유

‘빌보드 차트’를 목표로 앞만 본 가수의 삶
좋은음악 만들기 위해 폐인처럼 지내기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즐기는 나를 발견
‘신사의 품격’ 후 5년만에 다시 느낀 설렘
‘란제리 소녀시대’로 기회의 소중함 되새겨


4인조 남성밴드 씨엔블루 멤버이자 연기자 이종현(27)은 ‘기회’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음으로써 가슴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뷔 6년차에 “뜨거운 에너지와 열정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자각”하면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이때 “단비”처럼 그에게 내려온 것이 연기자로서 설 수 있는 무대였다. 2010년 데뷔하고 2012년 SBS ‘신사의 품격’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를 경험하며 “멈출 수 없는 심장 박동의 순간”을 5년 만에 다시 느낀 것이다.

“기회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고 임했다. 예전처럼 욕심을 앞세우지도 않았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연기하며 출연자들과 융화되고 시청자와 교감하는 경험을 했다. ‘란제리 소녀시대’를 통해 짜릿한 감정을 느꼈다.”

이달 초 종영한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는 이종현이 2015년 KBS 2TV ‘오렌지 마말레이드’ 이후 2년 만에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다. “방송 일주일 전에 캐스팅”돼 기뻐할 새도 없이 캐릭터 연구에 정신이 없었다. 특히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소재가 그에게는 “27년 동안 꾸준히 실패해온 사랑”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극중 자신을 좋아하는 여성에 대해 무뚝뚝하게 대하지만 마음으로는 자상하게 챙기는 ‘츤데레’ 캐릭터를 소화했다.

“여유를 가지면서부터” 연기에 대한 자세가 달라졌다는 이종현은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편하게 즐기면서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중학생 때와 20대 초반의 감정이 생각나더라. 멀리서 바라만 보는 사랑은 항상 후회가 남지만 그만큼 성숙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은 참 거울 같다. 제가 상대에게 한 만큼 나중에 다 돌아오더라. 좋은 남자가 되고 싶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가고 있다. 하하!”

연기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대입하는 등 연기라는 작업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다. “미련할 정도로 음악에 고집”과 가수들이 연기하는 것에 대해 “편견”을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생긴 이종현의 변화이다.

“저는 ‘빌보드 차트’에 오를 생각으로 음악을 했다. 씨엔블루는 이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이상이 컸다. 하하! 그래서 당시에는 연기하는 것에 대해 부정하고, 밀어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제안이 오는 모든 작품에 다 출연하고 싶다. 혼나면서 이겨내고, 잘 표현해냈을 때의 짜릿함이 좋다.”

그의 자세가 달라진 결정적인 배경은 “여유를 갖게 되면서”다. 2015년 어느 날부터 무대에서 “가슴이 편하고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고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자신을 몰아붙이면서 “상실감에 빠져 폐인처럼 지내는”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노래로써 대중을 위로하고, 공감의 감정을 만들어주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여유에서 생기는 멋을 알게 됐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고 하니 무대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종현.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종현과 10년 동안 함께 해온 멤버들이 있기에 편안함을 손에 넣었을지 모른다. 그도 “여기까지 감당할 수 있었을까”라며 “그냥 가족 같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옆의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이다. 특별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우리의 대화는 대부분이 실없는 소리다. 하하! 멤버 모두가 연기를 하고 있지만 저도 그렇고 서로의 연기를 보며 자극을 받으려는 등 경쟁을 하진 않는다. 중학교 동창처럼 어린시절을 함께 보내며 동고동락해 서로를 응원하려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자신과는 늘 경쟁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가진 것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고민 없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그 고민은 상황에 따라 체감 정도가 다르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상황에 놓일지도 모르고 지금처럼 좋은 환경이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저 스스로도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 건가’라는 고민을 자주 한다. 그럴 때마다 기회가 얼마나 무겁고 소중한지 느낀다”고 했다.

“저의 지금 이 순간을 천운이라고 여긴다. 매 순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어릴 때 놓쳤던 것이 더 아쉽게 되더라. 앞으로 주어질 기회를 더욱 허투루 보내지 않을 것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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