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초반 이변 DB 이상범 감독의 ‘눈높이 교육’

입력 2017-10-27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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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동부)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최고의 화제 팀이다. 주축 선수들이 전력에서 대거 이탈했고, 전력 보강에도 실패해 힘겨운 시즌을 보낼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DB는 개막 5연승으로 서울 SK와 함께 공동 1위를 내달리고 있다.

DB는 홈 개막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전주 KCC를 꺾은데 이어 고양 오리온, 서울 삼성, 인천 전자랜드, 부산 kt를 연파했다. 지난 시즌까지 식스맨으로 출전시간이 평균 10분 미만이었던 서민수, 김태홍 등 새로운 얼굴들이 성장세를 드러내면서 팀이 탄력을 받고 있다. 외국인선수는 다재다능하고 득점력이 좋은 디온테 버튼과 높이가 좋은 로드 벤슨을 보유해 10구단 중 가장 좋은 조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벤치에서 나오는 선수들도 코트에 설 때마다 제몫을 해 탄탄한 팀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DB의 전통적인 색깔인 높이를 앞세운 수비 농구를 탈피해 공격에 많은 힘을 실은 것도 호성적을 거두는 원동력이 됐다.

비 시즌 팀의 지휘봉을 잡은 DB 이상범 감독의 지도철학이 팀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 감독은 비 시즌에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이정현 영입에 올인 했지만 KCC에 졌다. 트레이드도 녹록치 않았다.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유성호를 받고 김동희를 내주는 1대1 트레이드만 성사시켰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자 이 감독은 결국 내부에서 선수를 성장시키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그는 눈높이를 많이 낮췄다. 야인 시절 일본 고교 팀 인스트럭터를 맡았던 이 감독은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량이 다소 부족한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힘썼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가능하면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뜻하는 대로 잘 안 되는 선수에게 화를 내거나 너무 많은 요구를 하면 선수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정신적으로도 지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되면 기량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걸 일본 고교팀을 지휘하며 깨달았다. 이 감독은 또한 비 시즌 연습경기를 하면 작전타임 시간 이외에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작전 타임 때도 간단하게만 말할 뿐 복잡한 얘기는 삼갔다. 선수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갈 시간을 준 것이다.

이러한 이 감독의 지도방법은 예상보다 빠른 효과를 드러냈다. 경험부족을 드러낼 줄 알았던 DB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쏟아내고 있다. 주전들뿐이 아니다. 벤치에 앉아 있다가 나오는 식스맨급 선수들도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이 감독은 “예를 들어 특정 선수가 필요하다면 경기 일주일 전 정도에 미리 출전을 준비하라고 말을 해주는 편인데 선수들이 알아서 잘 준비를 해주고 있다. 그 덕분인지 어떤 선수가 나서도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DB는 최근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이 감독은 이른바 ‘만약’을 대비하고 있다. 그는 “냉정하게 우리 팀 전력을 보면 6강 싸움을 간신히 할 정도다. 지금은 팀 분위기도 좋고, 선수들도 자신감에 차 있는데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언젠가 꺾일 것으로 보고 대비를 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대부분 경험적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얘기했다.

이 감독은 “처음에 팀을 맡았을 때는 걱정도 됐다. 그런데 일본에서 고교 팀을 맡을 때는 생각하며 내가 선수들에게 맞추는 쪽으로 결정했고,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잘 온 것 같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 선수들이 잘 해낼지는 나도 몰랐다”라며 기분좋은 웃음을 보였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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