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도쿄 리포트] 일본 언론인이 바라본 한국야구, 일본야구

입력 2017-11-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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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은 겹눈으로 볼 때, 실체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은 한국야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본의 4대 민영채널 TBS의 아나운서 도사키 다카히로 씨를 도쿄돔에서 만났다. 도사키 씨는 1986년부터 32년간 스포츠 아나운서로 일했다. 특히 한국에 흥미가 많아 아시아야구를 오랜 기간 지켜봤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에서도 주요 경기를 현장 중계했다.

야구대표팀 장필준-김하성-임기영(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일본도 인정한 APBC 대표팀의 한국선수는?

-APBC에서 젊은 한국야구를 봤다. 인상을 말해달라.


“한국은 생각했던 이미지 그대로 강했다. 개개인의 운동능력이 높다. 파워도, 장래성도 좋다. 한국대표팀 선동열 감독과 이야기했는데, ‘투수의 힘이 부족하다’고 하더라. ‘시즌이 끝난 직후라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고 했다. 한일전 첫 경기(16일)는 일본이 운이 좋아 이겼을 뿐이다. 투수 중 (8회 등판해 삼진 3개를 잡은) 장필준(삼성)이 돋보였다. 선 감독은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경험’이라고 이 대회를 봤다. 많은 피처를 쓰겠다고 했고, 그렇게 했다. 결승에서 다시 일본에 졌지만, 장래를 생각하면 어둡지 않은 결과다.”


-APBC에서 한국은 2015년 프리미어 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와 달리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32년 동안 일본, 한국, 대만 야구를 봐왔다. 일본에 비해 한국선수들은 몸이 크고, 뼈가 굵어 더 힘이 좋다. 키가 큰 투수가 많다.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넥센)의 대만전(17일) 3루타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선수들은 몸이 가늘어도 힘이 좋더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이승엽의 홈런을 생중계를 하며 봤다. 그 당시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 류현진(LA 다저스)은 몸이 컸다. 그러나 놀랍게도 APBC 한국대표팀의 등번호 1번이자, 4번 유격수(김하성)는 체격이 달랐음에도 파워가 있었다. 스윙이 다소 거칠고, 변화구에 약했지만 배트 스피드가 빨랐다. 수비 움직임에서도 선천적 능력이 탁월해보였다.”


-와일드카드를 썼지만 일본도 APBC에 야나기타(소프트뱅크) 같은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야나기타는 한국 양준혁(전 삼성)의 만세타법 같은 타격 스타일이다. 일본에 저런 타입으로 치는 타자는 거의 없었다. 일본은 80여년의 프로야구 역사에서 타격, 투수에 걸쳐 고정된 폼을 유지했다. 야나기타는 다르다. 오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전 감독은 ‘야나기타는 저렇게 치는 것이 좋다.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퍼시픽리그 최고타자가 됐다. 주루도 능하다.”


-야나기타 같은 타자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올까?

“아마 나올 것이다. 일본 올림픽대표팀의 멤버 구성 수준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 확실하다. 일본의 무기는 피처다. 다만 일본의 좋은 투수가 미국으로 가고 있다. 다르빗슈, 와쿠이, 다나카, 그리고 오타니도 메이저리그로 갈 것이다. 일본은 (메이저리거 합류 시 100% 전력이라고 본다면) 60~70% 전력으로 싸울 것이다. 한국도 가능성이 있다. 일본, 대만에 비해 한국은 장타력과 주루, 끈기 등 밸런스가 가장 좋아 보인다.”


-APBC에서 한국대표팀의 인상적 투수를 꼽는다면?

“장필준이다. LA 에인절스와 계약했던 투수로 알고 있다, 임기영(KIA)은 싱커와 체인지업이 돋보였다. 지금 일본에 없는 유형의 투수다. 10년 전 세이부에 있었던 싱커 피처 시오자키와 비슷한 볼을 던진다.”

1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 한국 야구대표팀 대 일본 야구대표의 결승전이 열려 일본이 한국에 7-0으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종료 후 일본 선수단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일본프로야구의 위기, 그리고 희망

-일본프로야구의 인기는 현재 어느 정도인가?


“팬 자체는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야구하는 아이들이 줄고 있다. 축구 쪽으로 많이 흘러가고 있다. 그래도 오타니, 다르빗슈, 다나카 같은 선수들이 나왔다. TV, 라디오에서 프로야구 중계방송 자체가 줄었다. 시청률도 떨어졌다. 20년 전 25~30%가 나왔는데, 지금은 5분의 1로 감소했다.”


-(센트럴리그 2연패 팀인) 히로시마의 인기가 상당하지 않나?

“히로시마 지역은 시청률이 38%까지 나온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약하다.”


-요미우리가 예전 같지 못한 탓이 클 것 같다.

“그렇다. 팬들의 관심이 줄고 있다. 그래도 좋은 선수가 미국에 가 있어서 야구 자체에 관한 볼거리는 많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2018년 메이저리그로 갈 오타니가 어떻게 할지부터 궁금하다. 아직 팀은 모르겠지만 메이저리그로 갈 확률은 100%다.”


-APBC 일본대표팀의 최고 스타는 마무리 야스아키(요코하마) 아닌가?

“야스아키도 인기는 있다. 그러나 오타니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19살 타자 기요미야가 드래프트를 통해 일본프로야구에 들어온다. 니혼햄이 행운의 1픽을 잡았다. 다르빗슈부터 사이토, 나카타 쇼, 오타니에 이어서 기요미야까지 니혼햄이 전부 지명권을 획득했다. 일본에서도 ‘왜?’라며 놀라워한다. (니혼햄 연고지) 홋카이도 사람들은 매우 기뻐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도 여성팬 유입이 늘고 있다고 들었다.

“5년 전부터 ‘(히로시마) 카프 여자’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그것을 계기로 다른 팀에서도 여성 팬들이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온다. 매우 좋은 현상이다. 야구 룰을 잘 몰라도 야구장에 오는 여성들이 있다. 선수가 좋아서 오는 것이다. 야구장에 와서 먹고 즐기려고 오는 것이다. 여성들이 나중에 엄마가 되면 아이를 데려온다. 그 아이가 야구를 좋아하게 된다. 밝은 재료다. 그래서 각각의 팀이 ‘레이디스 데이’ 등을 만들어서 여성은 절반 가격에 입장시킨다. 여자만 그렇게 해주면 남자친구를 데려오게 돼있다. 남자는 비싸게 받는다(웃음).”


-선동열, 이나바 감독의 라이벌 관계가 계속 이어질까?

“틀림없이 이어진다. ‘일본에는 질 수 없다’는 한국의 정서를 일본도 알고 있다. 한국은 팀으로서 강하고 질기다. 병역 혜택을 위해서도 (메달 경쟁에서) 일본을 이겨야 할 것이다.”


-한국에 부러운 것이 있다면?

“경기 전 국가를 부를 때의 모습이다. 일본선수들은 다른 데 보는 이도 있다. 관중들도 그런 편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애국심이 부럽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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