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려원 “대중의 사랑, 5년 만에 찾은 행복…이젠 연타석 홈런 날리고 싶어요”

입력 2017-12-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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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려원은 ‘마녀의 법정’을 통해 성공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그리고 배우로서 ‘재발견’의 성과를 이뤄냈다. 사진제공|키이스트

■ ‘마녀의 법정’ 성공으로 자신감 충만한 정려원

그 어느 때 보다도 절박한 심정으로 연기했죠
1년치 에너지를 3개월에 다 쏟아부었거든요
연말 시상식서도 대상 보다 ‘인기상’ 더 욕심
결혼도 타이밍…외롭지만 좋은 때 기다릴래요


연기자 정려원(36)은 “보너스 받은 것처럼 지금 기분이 좋다”고 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마녀의 법정’ 촬영을 앞두고 빌었던 소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일부 작품들이 저조한 흥행을 보이자 정려원으로서는 대중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15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풍선껌’을 끝내고 약 1년을 차기작 선정으로 고민했다. 이번에도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나를 위해 연기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녀의 법정’ 촬영을 앞두고 “대중도 좋아해주면 좋겠다”고 빌었다.

‘마녀의 법정’은 시청률 10%를 넘기가 힘든 요즘 드라마 환경에서 최고시청률 14.3%(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경쟁작들을 압도했다. 정려원의 기도는 그렇게 시원스럽게 이뤄졌다. 그리고 대중과 소통하는 짜릿함을 2012년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이후 무려 5년 만에 느끼고 있다.

“시청률이 잘 나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저만이 아니라 대중도 좋아하는 드라마가 되길 바랐다. 극 초반에 ‘잘 할 수 있을까’ 막중한 부담감을 느꼈지만,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절실한 마음으로 이전보다 두 배 열심히 했다. 칼을 뽑았으니 제대로 휘두르고 싶었다.”

“흥행에 무뎠던” 정려원이 시청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높은 시청률은 그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보고 있다는 증거이며, 한 작품을 끌고 가는 주인공으로서 많은 스태프들의 사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요인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성공을 원했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달리질 수 있어, 드라마의 성공은 절실했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컸다. 저를 대체할 연기 잘하는 연기자가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이 업계는 새로운 얼굴을 원할 테니 제 연기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도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연기자 정려원. 사진제공|키이스트


30대 중반, 어느 덧 40대를 앞둔 나이가 되다보니 좋은 성과를 향한 마음이 더 커졌다.

“이제는 미친 듯이 작품이 들어오는 나이가 아니다. 하하! 제 나이에 맡을 수 있는 캐릭터도 많지 않다. 또 시청률 좋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연기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보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더라.”

그렇게 ‘마녀의 법정’은 어렵게 잡은 기회이고,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단단해지고 간절함까지 더해지니 중압감도 커졌다. 초조함으로 인해 손이 떨리기도 했고, 그럴 때면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 마음을 안정시키곤 했다. 카메라를 만지면서 ‘나는 두렵지 않다’고 주문을 외우며 “겁이 나더라도 스스로 멱살을 잡아끄는 심정”으로 현장에 자신을 내던졌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고,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드라마에 완전히 녹아들게 됐다.

“참 행복한 게, 친구들이 모니터링을 해주려고 드라마를 보는 게 아니라 재밌어서 보더라.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예전에는 가방이나 옷이 어느 브랜드 제품이냐고 묻던 주변 사람들이 이번에는 드라마에 대해서만 질문하더라. 하하!”

1년 전만 해도 자신의 설 자리가 없어질 것 같은 불안함에 “TV를 보며 숨이 턱턱 막혔”던 정려원이었다. 상황이 잘 풀리지 않아 그의 마음에는 언제나 궂은비가 내렸다. 하지만 비를 피하지 않았다.

“비는 반드시 멈출 것이고, 언젠가는 날씨가 갤 것이라고 믿었다. 무리하게 비를 피한다고 그 비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연기자 정려원. 사진제공|키이스트


“1년 치 에너지를 3개월 동안 확 쏟아” 정신과 체력적으로 공허함을 느끼지만,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얻는 만족도가 크기에 정려원의 마음은 좋은 기운으로 가득하다.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연기상보다 대중의 반응이 반영된 인기상에 더 욕심을 내고 있다.

“모든 것은 타이밍인 것 같다. 좋은 작품과 좋은 동료, 스태프들을 만나 모두가 하나가 된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리고 “결혼도 타이밍”이라며 웃는다. “외롭긴 하지만 결혼을 숙제로 여기면 하기 싫어질 것 같다. 사회에서 결혼을 ‘강요’하는 나이이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이를 떠나 하고 싶을 때 하고 싶다.”

‘마녀의 법정’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정려원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다. 그는 “연타석 홈런, 해트트릭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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