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LG, 잠실라이벌 선수 영입 성공과 실패의 역사

입력 2017-12-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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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LG 박명환. 스포츠동아DB

LG와 두산은 잠실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동반자이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양 팀은 그래서 서로 상대팀 선수를 영입할 때는 팬심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 19일 LG가 오랫동안 두산의 간판스타로 활약한 프리에이전트(FA) 김현수를 4년 총액 115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하자 야구계는 물론 팬들도 크게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FA 시장에서 LG가 두산에서 나온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을 곧바로 영입한 것은 2006년 12월 박명환이 최초다. 당시 역대 FA 투수 최고액인 4년간 40억원의 조건에 잡았다. 박명환은 2007년 전반기에만 8승을 올리는 등 맹활약했지만, 부상이 겹치며 부진에 빠졌다. 2007년엔 10승(6패)을 채웠지만, 이후 LG 유니폼을 입고는 2010년 4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두산에서 곧바로 LG로 넘어간 것은 아니지만, 두산 색채가 강했던 진필중은 2003년 KIA로 이적했다가 그해 말 FA 자격을 얻은 뒤 LG와 4년 30억원에 계약하면서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LG에서 4년간 3승14패15세이브만 기록한 채 유니폼을 벗었다.

반면 두산은 지금까지 LG 출신 FA를 영입한 적이 없다. 2006년 말 박명환의 보상선수로 당시 LG 좌완 유망주로 꼽히던 신재웅을 지명했는데, 이번에는 김현수 보상선수로 누구를 데려갈지 궁금하다.

역사적으로 양 팀이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LG가 MBC 청룡을 인수한 1990년 이후로 따지면 3차례였고, MBC 시절까지 포함해도 4차례에 불과했다. LG 시절만 보면 1990년 1월 22일 LG가 외야수 김상호를 내주고 OB(두산의 전신) 투수 최일언을 받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 최초다. 최일언은 그해 3승2패를 기록한 뒤 이듬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반면 김상호는 1995년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선수 중 최초의 홈런왕에 오르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전 LG 류택현. 스포츠동아DB


양 팀간 2번째 트레이드는 1999년 1월 두산이 김상호와 류택현을 현금 1억원에 LG로 보낸 것이었다. 김상호는 은퇴 말년에 친정팀에 돌아와 이렇다할 활약을 못했지만, 류택현은 지금까지 LG가 두산에서 영입한 선수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남아있다. 1994년 OB에 입단해 1998년까지 5년간 1승도 올리지 못하던 미완의 대기 류택현은 1999년 LG 유니폼을 입고 첫 승을 올렸고, 2014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무려 901경기에 등판해 KBO리그 역사상 개인통산 최다경기 등판 기록을 작성했다. 2008년 6월에는 두산이 이재영과 김용의를 내주고, LG에서 이성열과 최승환을 받는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는데 이것이 현재까지 양 팀간 마지막 트레이드다.

MBC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OB가 연고지를 대전에서 서울로 옮긴 1985년 1월에 원년 개막전 만루홈런의 사나이인 MBC 이종도를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이 양 팀간 최초의 거래로 기록돼 있다.

한편 양 팀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상대팀의 선수를 데려간 적도 있다. 2013년 LG가 두산 임재철과 정혁진을 지명하고, 두산이 최영진을 선택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가 두산 내야수 신민재를 지명했다.

김현수는 과연 어떤 역사를 쓸까. LG가 한 지붕 라이벌 두산에서 데려온 선수 중 최고의 성공사례로 기록될지 궁금하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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