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외부자들’, “핫하게 싸우고 쿨하게 풀지요”

입력 2017-12-26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안형환, 진중권, 남희석, 전여옥, 정봉주(왼쪽부터)는 채널A ‘외부자들’을 1년 동안 이끈 주역들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1년의 역사를 정확하게 얘기한 것 같아 뜻깊다. 시청자들이 정치를 더욱 친근하게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제공|채널A

■ 방송 1주년 맞은 채널A ‘외부자들’

남희석 “제작진 뛰어들어와 말린 적도”
안형환 “핫하게 충돌해도 뒤끝은 없어”
정봉주 “서로 입장 달라도 말은 섞어야”
진중권 “이제 분노 표출은 토론으로만”
전여옥 “에너지 충전…녹화 날 설레죠”


21세기 들어 대한민국이 가장 격동의 시간을 보낸 2016년 겨울. 국민은 뉴스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을 보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했다. 가짜뉴스마저 범람하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그 속에서 최대한 정제된 정보를 전하기 위해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2016년 12월27일 처음 선보인 ‘외부자들’이 방송 1주년을 맞았다. 국회의원 출신의 전여옥(58), 정봉주(57), 안형환(54) 그리고 진중권(54)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1년 간 의견 대립과 조율의 과정을 통해 정치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중재 역할의 진행자 남희석(46)도 더없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21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를 찾아 ‘외부자들’을 만났다.

남희석은 “보수와 진보의 각자 진영이 있지만 사안에 따라 3:1이나 4:0으로 의견이 나뉘기도 한다. 살벌하게 의견이 대립하면 아무도 못 말린다. 녹화 중에 제작진이 뛰어 들어온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전여옥은 토론 할 때 동작인 큰 진중권에 대해 “자기 분에 못 이겨 볼펜을 던지는데, 저에게 날아오면 피해야하는지 가끔 생각도 한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격렬하게 의견이 부딪힐 때는 사람인지라 마음이 편치 않다. 정봉주는 “인간적으로 친하지만 정치적으로 충돌해야할 때 힘들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뻔히 알면서도 싸울 수밖에 없는 게 싫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안형환은 “주제를 보고 충돌이 예상되면 작정하고 부딪히지만 아니면 아예 꼬리를 내리고 녹화에 임한다”며 나름의 ‘비책’을 공개했다.

끊임없는 토론은 출연자들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제작진의 기획의도가 적중한 성과로도 풀이된다. 제작진은 네 명의 출연자 섭외 당시 기준을 진보와 보수에만 국한하지 않고 세부화해 ‘현실형’과 ‘이론형’으로 구분했다. 이에 따라 보수 진영의 전여옥은 이론, 안형환은 현실, 진보 진영의 정봉주는 현실, 진중권은 이론 쪽에 가까운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견이 상대방과 다르다는 이유로 언성을 높이지만은 않는다. 정봉주는 “입장이 달라도 서로 말은 섞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반드시 따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모두 선수들은 끝나도 서먹서먹하지 않다”고 말하자 안형환도 “‘핫’하게 의견 충돌을 해도 뒤끝은 없다.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고 했다.

남희석-정봉주-전여옥-진중권-안형환(왼쪽부터). 사진제공|채널A


꾸준히 정치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해온 두 사람과 달리 전여옥과 진중권은 스스로는 물론 대중의 시선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정치인 시절 전여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었기에 정계를 은퇴한 뒤에도 그에 대한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서 더 안타까워했는데 당시에는 최선을 해야 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후회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제야 제 진짜 모습이 조금 알려지는 것 같아 모두들 좋아하신다. 사실 정치할 때는 스스로 마음을 움켜잡았는데 여기서는 맡겨도 된다는 신뢰가 생겼다. 네 명의 남자가 저보다 한 살이라도 어려서 너무 좋다. 하하!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 녹화 날이 설렌다.”

홍일점으로서 사명감도 띠고 있다. 전여옥은 “정치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가 목소리를 직접 내는 일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반응을 보여주는 입장이었다. 제가 모든 여성을 대변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여성을 위해 의견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토론 프로그램의 광대”라고 생각했다는 진중권은 ‘외부자들’로 인해 생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제 말이 얼마나 웃긴지 보려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화를 많이 내게 되고 웃으면서 비꼬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저와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과도 더불어 가야함을 알았다. 이제는 분노 표출은 토론으로 한다. 하하!”

이들을 1년간 곁에서 동고동락한 남희석은 전여옥에 대해 “젊은이들의 농담을 잘 받아준다. 어마어마한 독서량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정봉주에 대해서는 “세트장에 오면 모두들 모르게 1∼2시간 공부하고 나타난다”며 열정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안형환과 진중권의 인상은 토론에서 극과 극으로 나뉜다. 남희석은 각각을 두고 “격렬하게 의견을 부딪쳐도 점잖게 토론을 이끌어가는 매력이 있다”, “다양한 감정과 색깔을 가지고 있어 이야기가 다채롭다”고 설명했다.

남희석 스스로는 1년간 “변화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뿌듯해했다. 어린시절부터 시사, 정치 분야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그는 경찰, 검찰 출신 사람들과도 교류하고 있다. 이 인맥으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전문지식을 쌓는 데 도움을 얻고 있다.

“녹화를 앞두고 따로 공부를 하진 않는다. 매일 아침 휴대폰으로 정치 뉴스를 훑어보는 등 기본적인 정보 수집 정도다. 저는 시청자를 대표해 시청자가 좋아하고 궁금해 할만한 내용을 질문하는 것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