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능 전 KBO 총재. 스포츠동아DB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거부인 노신사는 대회기간 현지 유명 한국 갈비구이 식당에서 자비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고기를 샀다. “많이 드시라”며 최고급 등심을 주문하면서 정작 자신은 한 쪽 구석에 앉아 삼겹살을 손수 구워 소주 한잔 곁들이는 모습도 잊기 힘들다.
지난 2013 WBC에서 네덜란드에 패한 한국.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구 총재는 종종 잠실구장으로 친구들을 초대했다. 대자산가의 친구라 모두 힘 있는 양반들이라 생각되겠지만 검소한 옷차림에 인자한 인상의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구 총재는 ‘생수’를 종이컵에 따라 건배를 하고 마시는 친구들이 있으면 직접 향기를 맡아 본 후 ‘생수’병을 뺏어 가기도 했다. 지인들과 허름한 식당에서 식사하기를 즐기고 사우나도 시설이 낡은 오래된 동네 목욕탕이 단골이다.
3일 KBO를 떠난 구 총재는 다시 희성그룹 회장인 본업에 전념한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 발전을 이끈 공로는 영원히 그라운드에 남는다. 구 총재 재임기간 10구단 리그가 완성됐고 신축구장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기업계의 큰 어른 중 한명으로 각 구단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한 것도 10개 구단 리그 안착에 큰 힘이었다.
공과를 떠나 구 총재는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팬들과 함께했다. 권위적이거나 자신을 특별하게 내세우는 모습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기념촬영을 하고 사인도 받았다. 야구장 근처를 수행원도 없이 돌아다니다 팬들에게 먼저 인사하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역대 KBO 총재 중 팬들에게 가장 사인을 많이 해준 주인공. 이제 총재직에서 내려왔지만 노신사들과 함께 야구장에서 흥겹게 응원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