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호시노 감독 타계에 침통한 선동열 감독

입력 2018-01-08 15:2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야구국가대표팀 선동열(55) 감독은 새해를 맞아 일본을 방문했다. 휴식 차 일본을 찾아 지인들과도 해후했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은사인 호시노 센이치 전 감독이 4일 췌장암으로 별세한 것이다. 향년 71세. 부음은 하루 뒤 전해졌다. 선 감독은 착잡한 심정으로 귀국 일정을 미뤘다.

일본에 체류 중인 선 감독과 8일 전화통화가 닿았다. 목소리는 의의로 담담했다. 선 감독은 “일본에선 가족끼리 먼저 장례식을 치른 뒤 일반 조문객을 받는 장례식은 따로 치른다. 아직 일반 장례식 일정이 미정이라 당분간 일본에 머물 계획이다. 여의치 않으면 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호시노 전 감독의 병세를 미리 알고 있었다. 그는 “최근 수년간 건강이 안 좋으셨다”고 털어놓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호시노 전 감독은 2016년 7월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주변에 투병 사실을 숨겨왔다. 지난 연말 병세가 악화되면서 하와이 가족여행을 취소했고, 4일 오전 두 딸이 임종한 가운데 눈을 감았다. 선 감독은 “요즘으로 치면 한창 일하실 수 있는 나이에 별세하셔서 마음이 더 무겁다”고 말했다.

선 감독의 침통한 심정은 곧 고인과의 추억담으로 이어졌다. 그는 “일본에서 내가 성공할 수 있게 이끌어주셨다. 어려울 때 기회를 주셨다”며 “(주니치에서 부진했던 첫 해인 1996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너 자신을 위해서 야구하라’고 해주신 말씀이 큰 힘이 됐고, (부활의) 계기가 됐다”고 떠올렸다.

‘국보급 투수’로 각광 받던 선 감독은 1996년 해태를 떠나 주니치로 이적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한 첫 사례다. 1999년까지 4년간 162경기에 등판해 10승4패98세이브, 방어율 2.70을 기록하며 ‘나고야의 태양’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데뷔 시즌이었던 1996년은 혹독한 시련(5승1패3세이브·방어율 5.50)을 겪었다. 부진 끝에 프로 첫 2군행의 수모까지 당했다. 호시노 전 감독은 그런 선 감독을 냉정하게 대했고, 호통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슴의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라’던 당부도 그 시절 선 감독의 심리상태를 꿰뚫어본 예리한 진단이자, 처방이었다.

선 감독은 1999년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 주역으로 활약한 뒤 명예롭게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 수석코치와 감독, KIA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는 동안에도 줄곧 호시노 전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곤 했다. 호시노 전 감독 역시 주니치 사령탑 이후로도 한신과 라쿠텐의 지휘봉을 잡았고, 4차례의 리그 우승과 1차례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2014년 라쿠텐 감독을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난 뒤 라쿠텐 구단 부회장으로 재임해왔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