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트렌드세터’ 현대캐피탈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입력 2018-01-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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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은 V리그에서 가장 다양한 전술 옵션을 실행하는 팀이다. 최태웅 감독은 선수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는다. 스포츠동아DB

최태웅 감독이 팀을 맡은 뒤 현대캐피탈은 ‘꽃길’만 걷고 있다. 2015~2016 V리그 정규리그 우승, 2016~2017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이어 ‘도드람 2017~2018 V리그’ 전반기도 1위로 끝냈다.

그러나 최 감독이 내심 가장 뿌듯해하는 부분은 성적이 아니다. 선수들의 의식 변화를 목격하는 과정이 보람이다. 고정관념의 벽을 깨는 작업이 그것이다.

실제 현대캐피탈 배구는 포지션의 경계를 허문다. 센터 신영석과 라이트 문성민이 리시브에 가담하는 ‘4리시버 시스템’을 곧잘 볼 수 있다. ‘서브는 리베로와 레프트만 받는 것’이라는 통념에 도전한 것이다.

세터 노재욱은 퍼펙트리시브가 되지 않아도 센터 신영석, 차영석에게 속공을 연결한다. 문성민이 순간적으로 센터 자리에 들어와 스파이크를 때리고, 신영석이 윙 스파이커로 가담한다. 심지어 신영석은 수비에서 공격 전환 시, 세터의 롤까지 맡는다. 단순히 공을 띄우는 차원을 넘어서 백토스가 가능한 수준이다. 현대캐피탈 베테랑 리베로 여오현은 사실상 ‘제2세터’다. 그만큼 토스 능력이 능숙하다. 여오현이 코트에 있는 한, 현대캐피탈은 세터 노재욱과 더불어 ‘투 세터 시스템’이 가동되는 셈이다.

현대캐피탈 여오현.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선수들의 멀티 포지션 기능이 하루아침에 이뤄졌을 리 없다. 감독을 맡은 이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실험을 거듭했다. 현대캐피탈은 전지훈련부터 포메이션의 변형을 지속적으로 테스트한다. 최 감독은 “처음에는 엉망이지만 (단념하지 않고 계속 연습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게 돼?’가 아니라 ‘해봤어?’가 현대캐피탈의 변화를 추동한다. 바로 그 깨달음의 순간, 팀의 전략 옵션은 다변화되고 이는 전력이 된다.

현대캐피탈은 2017~2018시즌을 준비하며 문성민을 레프트로 활용하려고 했다. 리시브 강화를 위해 KOVO컵에서 문성민을 리베로로 써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외국인라이트 바로티의 부상으로 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그럼에도 현대캐피탈이 혼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에 대한 내성이 조직 안에 스며들었던 덕분이다.

KOVO컵에서 리베로로 출전했던 문성민.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최 감독은 “후반기부터 센터 차영석도 리시브에 가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잘 된다면 토탈 리시버 시스템이 장착된다. 서브에서도 스파이크 서브 일색인 V리그 패턴을 벗어나 장기적으로 플로터서브를 확장할 생각이다. 현대캐피탈이 걷는 ‘가지 않는 길’은 곧 V리그 트렌드의 출발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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