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 대신 스테이크 ‘베트남 기적의 식단’

입력 2018-01-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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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AFC

“기술은 좋은데, 체력과 팀 기강이 떨어진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축구대표팀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은 태극전사들에 대한 인상이다. 의외였다. 많은 축구인들의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이전까지는 한국축구가 체력과 정신력은 좋은 반면 기술이 뒤진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판단이 맞았다. 결국 대표팀은 전례가 없는 장기합숙을 통해 강철 체력을 만들었고, 기적을 탄생시켰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A대표팀과 U-23(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게 된 박항서(59) 감독과 이영진(55) 수석코치도 첫 훈련을 마치자마자 ‘왜소한 체구=부족한 체력’이란 베트남 축구계의 인식과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이미 갖춰진 좋은 체력을 위해 체격을 더 키우자!” 이를 위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준비한 베트남 선수들은 풍성한 영양섭취를 하게 됐다. 우선 잘 먹였다. 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육류 위주의 식단을 짰다. 매끼 메뉴를 달리해 물리지 않도록 했다. 쌀국수와 볶음밥 등 기존 음식은 물론, 스테이크와 샤브샤브 등 값비싼 음식으로 자주 회식을 했다.

유제품과 영양제도 빠질 수 없었다. 주변국들과 달리 베트남 선수들은 체지방률을 늘려야 했다. 몸싸움에 밀리지 않게끔 체구를 키우자는 취지였다. 팀 닥터의 처방에 맞춰 비타민과 아미노산, 단백질 등 영양제를 꾸준히 먹였다.

남다른 골 결정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꽝 하이도 불어난 체중의 효과를 봤다. 61kg를 63 kg까지 몸집을 불리자 볼 터치에 힘이 실렸다.

쓰리백 위주의 조직·전술훈련과 별개로 맞춤형 웨이트트레이닝도 진행했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야간을 이용해 신체밸런스를 위한 가벼운 코어훈련과 상체 웨이트 훈련으로 선수들의 회복을 도왔다. 그렇게 선수들의 몸을 바꾸자 베트남 축구에 기적은 찾아왔다. 선수들의 탄탄한 몸과 강인한 정신력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스포츠의 진리는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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