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팀이 경계해야 할 ‘브래드버리’ 스토리

입력 2018-02-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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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앞서가던 선수들이 넘어지며 금메달을 딴 브래드버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은 ‘홈그라운드의 기적’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단 한 종목만은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 바로 세계 최강 선수들을 보유한 쇼트트랙이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심석희(21·한국체대)~최민정(20·성남시청)을 필두로 한 여자부와 서이라(26·화성시청)~임효준(22·한국체대)~황대헌(19·부흥고) 등이 출격하는 남자부로 구성돼있다. 제 실력만 발휘하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선수들이다.

그러나 쇼트트랙은 항상 잦은 몸싸움으로 레이스 도중 많은 변수가 일어난다. 자칫 ‘기적의 희생양’이 되기 십상인 종목이다.

2002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대표팀은 당시 김동성(은퇴)~안현수(빅토르 안)등으로 구성된 초호화 대표팀이었다. 늘 그랬듯 장거리 종목에서 강점을 보였는데, 그 중 하나인 1000m에서도 금메달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대표팀은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버리(은퇴)를 둘러싼 ‘기적’ 때문이었다.

브래드버리는 당시 메달권에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예선전부터 항상 맨 뒤로 처지는 선수였는데, 놀랍게도 출전한 매 경기마다 선두권의 치열한 몸싸움과 충돌로 인해 ‘어부지리’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당시 그는 준준결승에서 3위를 기록해 애초에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2위 선수가 레이스 도중 반칙을 범해 실격 처리되면서 준결승 티켓을 손에 넣었다. 준결승에서는 김동성~리자준(중국) 등 쇼트트랙 강호들과 맞붙었으나 레이스 도중 선두권 그룹이 한꺼번에 뒤엉켜 넘어진 덕에 1위로 결승에 올라갔다.

대망의 결승전에서도 기적은 계속됐다. 브래드버리는 결승에서 안현수~리자준~안톤 오노와 한조를 이뤘는데, 이 경기에서도 경기 막판까지 꼴찌로 레이스를 이어갔다. 그런데 마지막 한바퀴를 남겨두고, 기적이 일어났다. 준결승과 마찬가지로 선두권 세 명이 한꺼번에 넘어지면서 맨 뒤에 있던 그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호주의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안기는 순간이었다.

그는 경기 후 “내가 금메달을 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경기를 잘 했다기보다는 그 동안 꾸준히 해 온 노력의 대가라고 본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브래드버리의 금메달 스토리는 전 세계 외신의 주목을 받았을 정도로 올림픽의 큰 이슈였다.

우리 대표팀에게는 뼈아픈 과거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도 제2의 브래드버리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최정상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는 ‘브래드버리’ 스토리가 경계대상 1호임에 틀림없다.

평창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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