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인 기자회견] 문정현 감독 “조직적 지원 배제 알고 모멸감 느껴”

입력 2018-02-07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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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인 기자회견] 문정현 감독 “조직적 지원 배제 알고 모멸감 느껴”

‘할매꽃’ 문정현 감독이 이전 정부의 독립영화 지원배제에 대해 규탄의 입장을 밝혔다.

문 감독은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KT광화문빌딩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독립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할매꽃2’ 면접 심사 당시를 먼저 언급했다.

그는 “‘할매꽃2’는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기획안 구성안 가운데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 나오는 장면이 첫 번째 신이었다. 당시 심사위원이 ‘이 영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냐’고 묻더라. 어이가 없었다. 기획안을 끝까지 읽어보셨나 싶더라. 그래서 ‘세월호 영화는 아니지만 이야기가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문 감독은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지만 내 삼촌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열심히 찍어보겠다’고 이야기했더니 한 심사위원이 웃으면서 ‘아.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죠?’라고 하더라. 어이없는 마음으로 나온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왜 많고 많은 이야기 가운데 세월호를 계속 물었을까 싶다. 이제 알 것 같다. 어제 발표를 보고 치욕스러움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문 감독은 영화의 일부분을 두고 자기 검열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자기 검열하게끔 만드는 폭력적인 제도와 상황에 대해 무섭기도 했다”면서 “너무 형편없는 정부였기 때문에 내가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다. 이런 사태를 보니 정신을 차려야겠다 싶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일은 문재인 정부와 그 이후 정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이 잘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독립영화인과 한국독립영화협회 주최로 진행된 이번 긴급 기자회견은 박근혜 정부와 당시 국정원,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조직적으로 자행된 독립영화 지원배제를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 전날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시기 사회참여적 독립다큐영화들이 ‘문제영화’로 분류돼 영진위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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