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과 선수들이 배구 발전을 위해 1억원을 기부한 할머니들을 ‘캐슬’에 초청하는 약속을 지켰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그렇게 경기도 가평에서 충남 천안 ‘캐슬’로 향했다. 딸에게 운전을 시켰다. 딸도 배구 팬이라 그 먼 길을 선뜻 동행할 수 있었다. 무작정 캐슬에 도착했다. 캐슬은 아무나 출입가능한 공간이 아니다. 제지하는 구단 직원에게 할머니는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1억원’이라고 찍힌 수표였다. “이것을 최태웅 감독님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왔어요.”
왜 할머니는 최 감독과 현대캐피탈에 1억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놓으려 했을까. 어느덧 같이 늙어가는 90대 할머니와 70대 딸은 수십 년 배구 팬이다. TV, 인터넷 등으로 배구에 관한 것이라면 빠짐없이 챙겨봤다. 그럼에도 배구장 직관은 발길이 쉽사리 안 떨어졌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최 감독의 이미지에 끌린 덕분이었다. 현대캐피탈의 배구에 매료됐고, 최 감독이 행하는 기부에 무언가 응답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할머니가 ‘캐슬’에서 신영석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할머니는 문성민을 묵묵히 조력하는 신영석을 현대캐피탈에서 가장 좋아한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기부는 베푸는 삶이다. 보통 마음으로 될 일이 아니다. 하물며 그 액수가 1억이라면 더 생각이 복잡했을 터다. 게다가 할머니는 최 감독과 현대캐피탈을 사적으로 전혀 모른다. 밖에서 챙겨보는 기사가 정보의 전부였을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사람을 보면 알아요. 이 사람(최 감독), 이 팀(현대캐피탈)이라면 믿고 맡겨도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기부를 결정한 1월 17일 할머니들은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난생 처음 찾았다. 마침 현대캐피탈 정태영 구단주도 예고 없이 직관을 왔다. 보고를 접한 정 구단주는 경기 직후 바로 할머니들을 따로 찾아 감사를 표시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캐피탈은 평생 고정좌석 제공과 캐슬 초청을 약속했다.
그리고 2월 4일 천안 OK저축은행전에 맞춰 그 약속을 지켰다. 할머니와 딸은 경기를 관람한 뒤, 캐슬에서 선수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할머니는 가평에 최 감독과 선수들을 초대했다.
할머니들의 1억 기부는 현대캐피탈에게 금액 이상의 의미와 가치로 다가온다. ‘이 팀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구단의 존재 이유는 팬이다. 구단을 향한 팬의 지지는 값을 매길 수 없다.
천안 유관순체육관은 거의 언제나 관중으로 가득 차 있다.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팬이 팀과 자아를 동일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대캐피탈이 ‘배구 잘하는 팀’ 이상의 가치로 향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