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행 최준석의 고백, “김경문 감독님께 야구로 보답”

입력 2018-02-11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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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행 최준석의 고백, “평생은인 김경문 감독님께 야구로 보답”

NC 최준석(35)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람은 너무 고마움을 느낄 때에도 말문이 막히는 듯하다.

프리에이전트(FA) 선언 후 소속팀을 찾지 못했던 지명타자 최준석이 극적으로 귀착지를 마련했다. NC와 최준석의 원 소속팀 롯데는 11일 “사인 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최준석이 NC로 조건 없이 이적한다”고 일제히 발표했다. 최준석의 연봉은 55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로써 “야구만 할 수 있다면 연봉 5000만원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최준석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당초 NC는 최준석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김경문 감독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하면서부터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최준석은 “NC 김경문 감독님에게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 강제은퇴 위기까지 갔는데…. 선수 한 명 살려주시려고 구단에 요청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끊어질 뻔한 최준석의 야구인생이 한줄기 빛을 다시 발견했다. 이제 최준석의 야구인생 마지막 목표는 기록이 아니라 ‘보은’이 됐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다. 김 감독님 요청에 의해서 전적으로 일이 성사됐다고 들었다. 그 덕분에 야구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었다. NC 구단한테도 감사드린다”고 담담히 말했다. 오히려 들뜨지 않아서 결의가 더 강렬하게 전해졌다.

최준석의 NC행은 9일 잠정 확정됐다. 절차를 밟고, 12일 발표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루가 당겨졌다. 최준석은 “14일 (NC의 캠프지인) 미국으로 들어간다. 이미 김 감독님과 통화가 됐다”고 말했다. 최준석은 설 연휴를 가족과 보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원치 않았던 휴식보다 야구를 찾아가는 것이 그와 가족에게 더 큰 선물일 터다.

최준석은 2001년 롯데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2006년 두산에 트레이드됐다. 최준석의 잠재력을 알아본 지도자가 당시 두산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이었다. 최준석은 “트레이드돼 온 저를 키워주신 분이다. 아버지, 은인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곤경에 처했던 외로웠던 시간에도 김 감독을 떠올렸지만 ‘도와 달라’고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커 연락을 못 드렸다. 친분 있다고 매번 어려울 때마다 연락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고 고백했다.

간절해도 표현하지 못하는 그 마음을 김 감독은 외면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미 팀 구성이 끝났고, 캠프까지 떠난 상황에서도 옛 제자를 챙겼다. 최준석은 “야구로서 보답할 수밖에 없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야구선배’라는 자각이 강한 스타일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심을 전한다. 최준석 이전에 손민한, 박명환(이상 은퇴) 등이 김 감독의 배려 덕분에 NC에서 선수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잊혀질 뻔한 최준석도 2018년 다시 희망을 얻었다. 3개 남겨둔 통산 200홈런도 시야에 들어온다. ‘사나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고 했다. 최준석에게도 ‘소명’이 생겼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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