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레데츠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레데츠카는 17일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대회 알파인 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에서 우승했다. 우승 기록은 1분21초11로, 디펜딩 챔피언 안나 파이트(오스트리아·1분21초12)에 단 0.01초 앞섰다. 그만큼 박빙의 승부였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돌아온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은 6위에 머물렀다.
레데츠카의 우승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영국방송 BBC는 레데츠카의 우승을 두고 ‘큰 충격(BIG SHOCK)’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BBC 해설자 매트 칠턴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이라고 표현했다.
레데츠카 스스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에도 한동안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레이스에서 속도를 높였고, 그 속도가 두렵지 않았다. 내려오는데 모든 걸 집중했다. 순위를 봤을 때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혹시 다른 사람의 기록이 아닌가 착각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고글을 벗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었다. 그는 “오늘 이런 결과(우승)를 전혀 예상하지 못해 얼굴에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에스더 레데츠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예상 밖의 우승뿐 아니라 빌려 탄 장비로 정상에 올라 더욱 화제가 됐다. BBC 보도에 따르면, 레데츠카의 스키 장비는 알파인스키 여자 대회전에서 우승한 미카엘라 쉬프린(미국)에게 빌렸다.
원래 그의 주 종목은 스노보드다. 19세 때 출전한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스노보드 평행회전 6위, 평행대회전 7위를 마크했다. 2015년과 2017년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우승했고, 2017~2018시즌 월드컵 세계랭킹 1위를 마크하며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반면 알파인 스키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두 종목을 준비한 과정이 독특했다. 3주간 스노보드 훈련을 한 뒤 알파인스키 훈련을 3주간 했다. 두 종목을 번갈아 훈련하면서 집중력을 키웠다.
그는 운동선수 집안의 핏줄을 타고 났다. 할아버지는 올림픽에서 2개의 메달을 목에 건 아이스하키선수였고(1964년 인스부르크, 1968년 그르노블), 어머니는 피겨선수 출신이다. 아버지는 체코의 국민가수로 불린다. 남부럽지 않은 재능과 끼를 물려받은 것이다.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스노보드와 알파인 스키 두 종목에 출전한 선수를 넘어 두 종목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주 종목인 스노보드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당분간 깨지기 힘든 두 종목 동시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스노보드 여자 평행대회전은 22일 예선을 갖고, 24일 토너먼트로 정상을 가린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