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스키점프 대표팀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또 다시 2022베이징올림픽을 바라보며 희망찬 미소를 짓는다. 평창의 상공을 가르는 김현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도전정신 하나로 활짝 웃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스키점프 국가대표 최흥철(37)과 최서우(36), 김현기(35·이상 하이원) 그리고 박제언(25·상무)입니다. 이들은 스키점프 불모지와 다름없던 한국에서 마음껏 날아올랐습니다. 특히 넷 가운데 베테랑 3총사는 9년 전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감동적인 스토리로 뭉클함을 안겼던 이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6회 연속 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을 처음 만난 곳은 19일 스키점프 남자 단체전 결승이 열린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였습니다. 비록 이날 성적은 하위권으로 뒤쳐졌지만, 이는 크게 중요해보이지 않았습니다.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평창 창공을 가로질렀다는 점만으로도 뿌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남자 스키점프대표 최흥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경기 직후 만난 상공의 도전자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을 띠고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단체전 경기를 앞두고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은 최흥철은 “설날(16일) 아침에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기쁜 설 선물을 받은 셈이었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맏형답게 가장 궁금했던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에 대해 속 시원하게 밝혔습니다. 최흥철은 “스키점프를 계속한 이유는 메달이 잡힐 듯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는 편견이 있지만 몸 관리만 잘 한다면 7번째 올림픽에선 메달을 따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힘주어 말했습니다.
동료들 가운데 가장 먼 거리(115m)를 날았던 최서우도 도전 자체가 즐거워보였습니다. 최서우는 “(경기가 끝나서) 마음이 후련하다. 사실 긴장이 많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부담이 됐다”면서 “베이징 대회를 위해 계속 도전하려고 한다. 이런 도전 자체가 즐겁다”며 밝게 웃었습니다.
남자 스키점프대표 최서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본업을 제치고 스키점프대에 오른 막내 박제언은 이번 무대가 남달랐습니다. 원래는 노르딕복합(크로스컨트리스키와 스키점프가 결합된 스포츠)이 주종목이지만, 선배들의 단체전 출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함께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단체전에 쇼트트랙 선수를 데려온 셈”이라는 김현기의 설명처럼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올림픽 데뷔전을 마친 박제언은 “제대로 준비를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이번이 6번째 올림픽인 형들과 함께해 영광이었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젓하게 말했습니다.
막내 박제언을 제외하면 최흥철과 최서우, 김현기는 4년 뒤 마흔 안팎의 나이가 됩니다. 과연 이들은 베이징 창공에서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물론 그때도 ‘국가대표’ OST 버터플라이가 함께할 겁니다.
평창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