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데이’로 기대를 모았던 22일 한국 남녀쇼트트랙대표팀은 빙판 위에서 연달아 미끄러지며 눈앞의 금메달을 놓쳤다.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선 최민정(왼쪽)과 심석희가 서로 부딪혀 넘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은 쇼트트랙 종목 첫날부터 금빛 레이스를 이어갔다. 10일 남자 1500m에서 임효준(22·한국체대)이 첫 금메달을 안겼고, 최민정(20·연세대)이 17일 여자 1500m에서 또 하나의 금메달을 보탰다. 20일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극적인 막판 뒤집기에 힘입어 이 종목 2연패를 해냈다.
그러나 ‘골든데이’로 여겼던 22일은 슬픔 가득한 하루였다. 남자 500m에서 황대헌(19·부흥고)이 은메달, 임효준이 동메달을 따냈지만, 여자 1000m에선 심석희(21·한국체대)와 최민정이 서로 부딪혀 나란히 결승에서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최민정은 4위를 기록했고, 심석희는 ‘임피딩’으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남자 5000m 계주는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줄 마지막 보루였다. 쇼트트랙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의미도 컸다. 무엇보다 대표팀 멤버 전원이 한마음으로 계주 우승을 바랐던 터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김도겸(25·스포츠토토)~곽윤기(29·고양시청)~임효준~서이라(26·화성시청)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예선에서 활약한 황대헌 대신 서이라를 투입한 것은 스피드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반까지는 생각대로 레이스를 펼쳤다. 줄곧 2위를 유지했다. 23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선 1위로 치고 나가며 아이스아레나에 모인 홈팬들을 열광케 했다. 그러나 22바퀴를 남겨두고 임효준이 미끄러져 넘어졌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게다가 바통터치도 늦었다. 뒤늦게 선두그룹을 추격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격차는 전혀 줄지 않았다. 결국 헝가리(6분31초917)~중국(6분32초035)~캐나다(6분32초282)에 이어 4위(6분42초118)로 골인했다. 3위 캐나다와 격차는 10초에 가까웠다. 2006토리노올림픽 이후 12년만의 계주 우승을 노렸던 남자대표팀은 2014소치올림픽에 이어 또 다시 계주 노메달로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결과 발표 직후 이들은 4년 뒤인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기약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2월 22일, 한국 쇼트트랙은 남자 500m에서 사상 첫 동시메달이라는 의미 있는 열매를 따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너무나 아쉬운 하루였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