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두 번만에 은메달’ 女 컬링대표팀의 험난하지만 위대했던 여정

입력 2018-02-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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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컬링의 새 역사를 쓴 주인공들이다.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왼쪽부터)로 구성된 여자컬링대표팀이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2018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전 이후 거행된 시상식에서 홈 관중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표팀은 결승에서 아쉽게 3-8로 졌지만,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여자컬링대표팀은 더 이상 ‘돌풍의 주역’이 아니었다. 끈끈한 팀워크를 앞세워 위업을 달성한 실력자 집단이었다. 두 번째 올림픽 출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위대한 여정을 마쳤다.

김은정(28·스킵)-김경애(24·서드)-김선영(25·세컨드)-김영미(27·리드), 그리고 김초희(22·결승전 예비멤버·이상 경북체육회)로 구성된 ‘팀 김‘은 2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에서 스웨덴에 3-8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소치대회에서 8위를 차지했던 한국 여자컬링이 두 번째 올림픽 출전만에 거둔 믿을 수 없는 성과다. 특히 홈 관중의 응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어드밴티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우승은 오로지 실력 하나로 일궈낸 결과물로 봐도 무방하다.

한국은 소치대회 금메달을 따냈던 캐나다와 첫판을 8-6으로 승리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이어진 경기에서 일본과 연장 승부 끝에 5-7로 패했지만, 이는 선수들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이후 16일 스위스전 7-5 승리를 발판 삼아 영국, 중국, 스웨덴, 미국, OAR, 덴마크를 연파하며 8승1패로 예선 1위로 준결승행을 확정했다.

여자 컬링대표 김은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돌풍의 시작, 외신의 집중조명

이 과정에서 스킵(주장) 김은정의 리더십과 진지한 자세는 큰 주목을 받았다. 여러 외신도 한국 컬링의 돌풍을 집중 조명했다. ‘팀 김’ 멤버들이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군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해 ‘갈릭 걸스’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와중에 23일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7-6으로 승리하며 은메달을 확보한 것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예선에서 유일한 1패를 안긴 팀을 상대로 완벽한 복수전에 성공하며 늦은 시간까지 경기를 지켜본 국민 모두를 감동케 했다. 결승 진출이라는 결과 하나만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고도 남았다. 휴대전화까지 반납해가며 훈련에만 집중한 결과는 달콤했다. 예선에서 승리를 거둔 스웨덴과 결승전에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완벽했던 스웨덴, 빈틈이 없었다

이날 상대한 스웨덴의 전력은 예선 때와 판이했다. 대표팀이 승리를 거둔 예선에서 상대 스킵 안나 하셀보리의 드로우 샷 성공률은 66%에 불과했지만, 이날은 94%였다. 실수 없이 완벽에 가까운 샷을 자랑한 하셀보리를 막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항상 안정된 샷을 뽐내던 김은정의 이날 전체 샷 성공률은 72%였다. 2-4로 뒤진 7엔드에 3점을 헌납하며 판세를 넘겨줬고, 8~9엔드에 한 점씩 주고받은 끝에 먼저 백기를 들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험난했던 여정, 위대하게 마무리!

앞선 여정은 험난했다. 오히려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가 문제였다. 컬링대표팀 김민정 감독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이 많았다. 훈련에 좀 더 집중해야하는 시기였는데, 여러 문제가 겹치는 바람에 그 시간을 놓치기도 했다”면서도 “다행히 선수들이 정말 잘 따라와줬고, 많이 힘들텐데도 뭉쳐서 이겨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경 선배’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김은정도 “이 자리에 오기까지 힘든 일이 많았고, 똘똘 뭉치게 된 계기도 있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한국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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