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공격형과 수비형으로 레프트 역할을 규정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선 센터와 라이트까지도 리시브에 가담하는 토탈배구를 꿈꾼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그러나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예외다. 현대캐피탈 리시브 라인이 딱히 견고한 것도 아니다. 리베로 여오현을 제외하면 안드레아스, 박주형, 송준호 등 레프트들의 리시브는 기복이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최 감독이 리시브 지적을 최소화하는 근원적 이유는 현대캐피탈 배구의 지향 자체가 여느 팀과 다르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V리그의 ‘정석’처럼 여겨졌던 ‘분업배구’를 탈피해 ‘토탈배구’를 시도했다. 공격형 레프트와 수비형 레프트를 나눴던 기존 패턴을 답습하지 않고, 레프트 둘을 모두 공격에 가담시켰다. 현대캐피탈 배구를 보면, 외국인선수 안드레아스뿐 아니라 박주형과 송준호의 파이프 공격(레프트의 중앙 백어택)이 주된 공격 옵션이다.
코트 플레이어 전원이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는 현대캐피탈 배구는 ‘리시브의 불완전성’을 전제로 깔고 있다. 좋지 못한 리시브 상황에서도 세터 노재욱과 나머지 플레이어들의 조직적 플레이를 수행하는데 방점이 찍힌다. 퍼펙트 리시브를 세터에게 올리지 못하면 외국인선수에게 오픈 토스를 몰아주는 방식과 차별화를 두는 것이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피드배구’로 네이밍된 현대캐피탈 배구는 세계 배구의 추세인 ‘토탈배구’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토탈배구가 분업배구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 다만 분업배구가 득세한 V리그에서 ‘다른 배구’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현대캐피탈 방식은 가치를 갖는다. 분업배구의 효율성을 토탈배구의 다양성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입증해내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현대캐피탈일지라도 레프트의 리시브가 엉망이라면, 토탈배구도 기능할 수 없다. 다만 최 감독은 리시브를 레프트의 몫으로 부담 지우지 않고, 선수들이 지닌 역량 안에서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편을 택했다.
최 감독 부임 이래 박주형과 송준호가 한 레벨 이상 올라간 것은 요행이 아니다. 레프트들이 버텨주며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우승도 임박했다. 현대캐피탈은 잔여 4경기에서 승점 2만 보태면 ‘도드람 2017~2018 V리그’ 1위를 확정짓는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