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냐, 기회냐…김태호PD 하차로 기로에 선 ‘무한도전’

입력 2018-02-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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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연출을 그만둔다. 그러나 크리에이터로 제작에 참여하는 등 프로그램과 인연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진제공|MBC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연출을 그만둔다. 그러나 크리에이터로 제작에 참여하는 등 프로그램과 인연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진제공|MBC

■ 정체성 흔들리는 국민예능 ‘무한도전’

김태호PD 후임에 최행호PD 확정했지만
유재석·박명수조차 사전 인지 못해 섭섭
매주 5억 넘는 광고매출도 타격 불가피
일부선 연출자 교체, 새로운 기회 시각도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프로그램의 상징과도 같던 김태호 PD가 물러나고 최행호 PD가 후임으로 확정되면서 ‘무한도전’은 정체성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을지, 새로운 변화로 활기를 얻게 될지 갈림길에 섰다. 더욱이 2006년부터 연출을 맡았던 김태호 PD가 물러나는 과정에서 일부 출연자의 동요가 감지되고 광고주들도 ‘무한도전’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방송가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MBC는 27일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연출을 그만둔다. 현재 하차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MBC는 3월 말 봄 개편에 맞춰 ‘무한도전’을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출자 교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유재석, 박명수 등은 연출자가 바뀌는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이들은 단순한 출연자의 역할을 넘어 김 PD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프로그램 제작의 한 축을 맡아왔던 터라 연출자 교체 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유 받지 못해 적잖은 놀라움과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출연자는 하차까지 고려해 예능본부 측이 나서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 출연자 관계자는 27일 “후임 PD가 결정됐지만, ‘무한도전’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을 12년 맡아온 터라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김태호의 무한도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평소 프로그램 운용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온 ‘마니아’들이 많아, 최 PD가 시청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프로그램 성공에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무한도전’은 방송 전후에 나오는 40개의 광고를 매주 ‘완판’시킨다. 주말 오후 7시대에 노출되는 15초짜리 광고의 단가는 약 1300만원으로, ‘무한도전’은 광고 수익으로만 매주 5억2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김 PD의 하차로 인해 프로그램이 흔들린다면 광고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MBC ‘무한도전’. 사진제공|MBC

MBC ‘무한도전’. 사진제공|MBC


연출자 교체가 ‘무한도전’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주 아이템은 변화하고 있지만, 10년 이상 동일한 연출자와 고정 멤버들이 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다 보니 일부에선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도 상존했다.

‘무한도전’ 측은 일단 ‘김태호’라는 브랜드를 최대한 살린다는 계획이다. MBC 입장에서 지금의 ‘무한도전’을 만든 주역인 김 PD를 완전히 배제하고 시즌2나 다른 형태로 프로그램을 선보이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김 PD도 평소 “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자부심이 크다”며 상당한 애착을 보인 바 있다.

MBC 측은 27일 “김태호 PD는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형태로 ‘무한도전’ 제작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한도전’이 김태호 PD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또 프로그램은 PD 교체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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