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의 ‘광화문 연가’가 수록된 5집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앨범 이미지. 사진제공|벅스
서울 혜화동과 동숭동 대학로에서 종로를 따라 광화문 사거리, 시청 앞, 정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고 이영훈 작곡가의 추억이 깊게 서린 곳이다. 대학로 작업실에서 건반을 치며 곡을 만들었던 이영훈 작곡가는 밤샘 작업 끝에 푸른 새벽이 오면 광화문 사거리, 경복궁까지 걷곤 했다. 평소 산책하며 사색하기를 좋아했던 고인은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사랑도 했고, 이별도 했다. 그런 추억이 있는 까닭에 이영훈 작곡가가 가수 이문세를 통해 남긴 작품들에는 이 대학로-광화문-정동의 ‘루트’에서 만나는 풍경과 상념이 자주 등장한다.
이문세 5집(1988) 타이틀곡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에 등장하는 ‘가로수’는 마로니에공원에 늘어선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이고, ‘라일락 꽃향기’는 혜화동 주택가,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등 대학로에서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었다. 지금도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청으로 향하는 대형 건물 화단에는 라일락이 서 있다. 이문세 6집(1989) 수록곡 ‘장군의 동상’은 광화문 사거리를 지키는 이순신 동상이다. 7집(1991) ‘옛사랑’에서도 그는 ‘흰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길 찾아가지’라며 광화문의 눈 내린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5집 수록곡 ‘안개꽃 추억으로’에 나오는 ‘그 꽃집’도 이영훈이 걷던 그 길 어딘가에 있는 꽃집이리라.
5집 수록곡이자 이문세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광화문 연가’는 ‘그 길’의 풍경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언덕 밑 정동길’과 ‘덕수궁 돌담길’이 노랫말에 나오고, ‘정동길에 아직 남아 있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으로 정동제일교회가 등장한다. ‘향긋한 5월의 꽃향기’는 초여름 라일락이 뿜어대는 내음이다.
27일 오후 8시. 5월이면 라일락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장군의 동상이 언제나 서있고, 겨울엔 눈 덮인 교회당과 광화문네거리가 지척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영훈 10주기를 기념한 헌정공연 ‘작곡가 이영훈’이 열렸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