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프로 10년’ GK 김진현, “내게 월드컵 그리고 ‘원 클럽 맨’이란…”

입력 2018-03-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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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팀에서만 10년을 몸담고 있는 국가대표 수문장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실감도 하지 못한 채 10년이 흘렀다”고 말한다. 그만큼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 김진현은 이제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월드컵을 향해 다시 땀을 흘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어느덧 한 팀에서만 10년을 몸담고 있는 국가대표 수문장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실감도 하지 못한 채 10년이 흘렀다”고 말한다. 그만큼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 김진현은 이제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월드컵을 향해 다시 땀을 흘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고독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흘렀다. 국가대표 수문장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은 2009시즌 프로에 데뷔해 올해로 10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눈을 돌린 적이 없다. 오직 일본, 그것도 한 팀에서만 10년째다. 무대만 달리했을 뿐이다. 소속 팀의 강등과 승격, 영욕을 함께 하면서 J리그와 J2(2부)리그는 오갔으나 다른 유니폼은 입어보지 않았다.

이제는 30대 초반, 푸릇한 청춘을 오롯이 바치다보니 뛰었던 나날보다 앞으로 뛸 수 있는 날들이 적어진 것도 사실이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장담은 할 수 없어도 ‘원 클럽 맨’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꺼내들 시점이 됐다.

그렇지만 김진현은 자세를 낮췄다. 최근 오사카 사카이의 세레소 오사카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구단에 무리한 계약연장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 10년 간 머물 수 있게 해준 것 같다”고 웃는다. 솔직히 실감이 나지도 않는다. 일본에서 한 팀에 모든 걸 바치는 선수들은 비교적 흔하다. 16년차를 맞은 선수조차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곳이다.

오히려 김진현은 어제가 아닌 오늘과 내일을 바라본다.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18러시아월드컵, 어쩌면 그에게 마지막일 수도 있는 꿈의 무대. 윤정환 감독의 든든한 지지를 받으며 오늘에 충실하면 내일의 영광을 기대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혹여 뛰지 못하더라도 월드컵 현장에 함께 하는 것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묵묵히 최선을 다한 뒤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땀의 가치를 믿고 있다”는 그는 현재 북아일랜드(24일·벨파스트)~폴란드(28일·호주프·한국시간)로 이어지는 국가대표팀 3월 A매치 2연전 원정 시리즈에 동행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김진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김진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러시아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뛴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이에 대응하는 상대국 골키퍼들의 반응을 직접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자산이고 경험이 될 것이다.”


-국가대표팀 주전경쟁도 치열할 텐데.

“주전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저 다치지 않고 내 역할을 할 뿐이다. 혹여 벤치에 앉아만 있더라도 슬프지 않을 거다. 선수로서 월드컵 현장을 지켜보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J리그 일정도 만만치 않더라.

“정말 힘겹고 어려운 시간이 예상된다. 월드컵 본선으로 J리그 스케줄도 상당히 빡빡하다. 3~5월 중순까지는 쉴 틈이 없다. 주중~주말 경기를 계속 뛰어야 한다.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부터 관건이다.”

세레소 오사카는 지난해 일왕배(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리그 컵에 이은 2관왕. 김진현도 입단 처음으로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세레소 오사카 김진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레소 오사카 김진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승의 맛이 어땠는지.

“J리그에 투자가 늘어나고, 우승상금이 크게 인상됐다고 하지만 선수들에게 돌아간 비용은 외부의 생각처럼 크지는 않다. 오히려 이 자금을 구단 발전에 투자하는 인상이 짙다.”


-윤정환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도 업그레이드됐다는 시선이 많다.

“많이 놀랐다. 예전에는 어수선할 정도로 자율성이 강했는데,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다. 팀 규율이 확실히 잡혔다. 훈련장 공기부터 다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됐다. 기복도 줄었다.”


-본인도 꾸준한 선수인데.

“되돌아보니 10년이 흘렀더라. 어떻게 흐르는지 실감 못한 세월이었다. 전혀 이적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이 나이에 어디에서 신뢰와 사랑, 존중받으며 뛸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날 붙잡았다. 그렇게 팀 일원이 됐다. 물론 축구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도리도 많이 배웠다.”


-동료들이 절대적으로 인정해주는 것 같다.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부분이다. 지난해 9월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직후 서울에서 결혼식을 했는데, 오사카를 떠나기 직전에 ‘결혼하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동료 대부분이 ‘꼭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빈말로 생각했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까지 전원이 찾아와줬다. 존중하고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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