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는 대한항공의 원천은 박기원 감독의 따뜻한 언어

입력 2018-03-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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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사진제공|KOVO

대한항공은 지치지 않았다. 이 지치지 않는 체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의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챔프전) 2차전을 앞두고 이런 말을 꺼냈다. “현대캐피탈은 챔프 2차전이고, 대한항공은 5차전이라고 생각한다.” 대한항공이 삼성화재와의 플레이오프(PO)를 3차전까지 치르느라 체력이 소진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실제 봄배구 들어와 대한항공은 하루 쉬고, 총력전을 펼치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가스파리니(34), 한선수(33), 진상헌(32), 곽승석(30) 등의 나이를 고려하면 지칠 법한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24일 챔프 1차전을 매치 포인트까지 잡아놓고 세트스코어 2-3 역전패했다. 이쯤 되면 체력적, 정신적으로 방전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챔프 2차전 결과는 뜻밖에도 대한항공의 세트스코어 3-0(25-19 26-24 26-24) 완승으로 끝났다. 특히 2~3세트 연속 듀스에서 잡았다. 과거에는 잘 안 보였던 근성이었다.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천안 현대캐피탈과 인천 대한항공의 챔피언 결정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한 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천안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론적으로 설명이 잘 안 되는 이 불굴의 체력과 의지의 근원은 2016~2017시즌 챔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챔프전은 역대 최고의 명승부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대한항공에게는 아픔의 시간이었다. 2승3패로 우승을 내줬다. 마지막 5차전을 진 뒤 숙연해진 라커룸에서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고개 숙이지 말자. (오늘 패배로) 아직 우리가 할 일(우승)이 남은 것이다. 오늘을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한)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자.”

돌이켜보면 2017~2018시즌 초반 꼴찌까지 떨어졌어도, 전반기까지 봄배구가 절망적이었을 때도, PO 1차전을 먼저 내줬을 때도, 챔프전 1차전에서 믿기지 않는 역전패를 당했음에도 대한항공이 버텨낼 수 있었던 말(言)의 힘이었다. 박 감독은 눌변이지만 따뜻한 진정성이 있었다. 그 마음으로 대한항공 선수들은 뭉쳤고, 숱한 고비를 넘겼다. 2차전 승리는 그래서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대한항공은 체력이 언제 바닥날지 알 수 없지만 결과 이상의 뭉클함을 안겨주고 있다. 챔프전 3차전은 대한항공의 홈 코트 인천에서 28일 열린다.

천안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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