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윤박의 지난 필모그래피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깔끔하다’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그의 얼굴과 이름을 알린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이후 JTBC ‘청춘시대’, tvN ‘내성적인 보스’ 등에서 외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 늘 ‘깔끔한’ 길을 걸었다.
그러나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라디오 로맨스’ 속 윤박은 달랐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인도 문화에 심취한 라디오 PD 이강으로 분해 수염을 기르고 부스스한 헤어 스타일로 나타나 신선한 충격을 줬다. 우리가 어렴풋이 알던 윤박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라디오 로맨스’에 처음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이 저라는 걸 몰랐으면 했어요. ‘윤박의 재발견’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죠. 실제로 인도에 다녀온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그 쪽 문화에 심취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헝클어진 헤어나 헐렁한 의상을 입었죠.”


이런 윤박의 강렬한 첫 등장은 시청자에게 이강이라는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라디오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걸 해보려는 괴짜, 그럼에도 자기 사람을 극진히 챙기는 따뜻한 기인(奇人)이라는 걸 단번에 알린 것이다.
“이강이라는 캐릭터가 확실히 편하긴 했었어요. 실제 제 성격도 활발한 편이기도 하고요. 낯을 가리긴 하지만 친해지기만 하면 자주 엉겨 붙고 장난도 많이 치는 편이죠. 그래서 이강이라는 옷이 불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곧 윤박은 “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내가 편하다고 해서 시청자 역시 그걸 편하게 봐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윤박이 말한 이유였다.
실제로 ‘라디오 로맨스’가 방송되는 동안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송그림(김소현)을 대하는 이강의 태도나 말투가 상당히 고압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극 후반부에 3년 동안 송그림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전개까지 이어져 의문을 더했다.
“아미 이강은 송그림을 여자라기보다 작가로 봤던 것이 컸던 것 같아요. 빨리 좋은 작가로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거죠. 실제 저라면 어땠을 것 같으냐고요? 전 절대 그렇게 오랫동안 못 버텨요.”

이어 윤박은 이런 일부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상쇄시켜준 공을 김소현에게 돌렸다. 그는 “저보다 데뷔도 빠르고 연기 선배다. 촬영 하면서 서로를 믿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소현이는 참 감성이 좋은 배우에요, 어떤 대사를 할 때 정말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게 참 좋았어요. 그리고 다른 배우들과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친해졌어요. 시청자 분들도 배우들이 친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요?”
윤박에게 ‘라디오 로맨스’는 이처럼 캐릭터적으로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고 또 좋은 동료를 얻게 해준 작품이었다. 비록 아쉬운 성적표를 얻었지만 그는 숫자보다 더 값진 것을 이 작품에서 얻었다.
“그동안 전 제가 부족하다고 늘 느꼈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계속 떨어져 있었죠.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얻었어요. 어쩌면 다음 작품에서 바로 잃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배우로서의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큰 수확이에요. 이게 모두 동료 배우 분들과 재밌게 드라마를 봐주신 시청자들 덕이에요.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사진제공│JYP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