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영어 유창 코치·교사 자격증 감독

입력 2018-03-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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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대진 코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이대진 코치는 현역시절 리그 최고의 투수로 강렬한 전성기를 보냈다. 야구만 잘 한건 아니었다. 이 코치는 영어를 굉장히 잘 한다. 통역 없이 외국인 선수와 자유자재로 대화가 가능하다. 특별한 노력이 있었다. 이 코치는 “학생 때부터 영어공부가 흥미로웠다. 야구부 학생들은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훈련을 할 때다. 시간표를 보고 선생님께 부탁을 했었다. 우리 반에 오전 영어수업이 없는 날 다른 반에서 배우고 싶다고. 선생님이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운동을 하느라 다른 수업은 쫓아가기 힘들었지만 그렇게 수업을 놓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고 추억했다. 외국인투수는 KBO리그 각 팀의 주죽 전력이 됐다. 이 코치가 선수로 뛰었을 때는 지금 같은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굉장한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던 시절이었다. 딱히 목적이 있어서 영어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지도자로 변신한 이 코치에게 영어회화 실력은 매우 특별한 능력이 됐다.

두산 김태룡 단장.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태룡 단장은 대학시절 부상을 당해 야구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1983년부터 프런트 생활을 시작해 민경삼 전 SK 단장과 함께 선수 출신 GM 시대를 열었다. 김 단장의 업무역량 중 크게 돋보이는 부분은 일본 프로야구 네트워크다. 스프링캠프, 일본 구단과 평가전, 외국인 선수에 대한 정보 등 수치화 할 수 없는 능력이다.

김 단장은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웠다. 비결이 궁금해 물었다. 김 단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두 분의 은사님이 기억난다. 고교시절 야구를 하다보니 수업에 잘 못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야 김태룡! 너는 매일 공책에 한자를 써서 검사받아’라고 하시는 거다. 워낙 선생님이 무섭고 어려울 때 아닌가. 매일 공책에 한자를 썼다. 야구부는 비가 오면 훈련을 못 하는데 대신 다 모여서 한자를 썼다. 야구부 선생님의 원칙이었다. 그 때 한자를 익히지 않았다면 일본어는 못 배웠다.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KIA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기태 감독은 중등정교사2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사립 중·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으로 교단에 설 수 있는 자격이다. 오랜 시간 본가에 자랑스럽게 걸려있었다. 대학야구 최고 스타였고 장밋빛 프로생활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교직이수를 위한 학점을 다 땄고, 교생실습도 끝까지 마쳤다. 김 감독은 “교편을 잡으신 적이 있는 아버님의 권유였다. 교생실습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제 중년 아저씨들이 된 당시 학생들과 지금도 연락하고 만난다. 다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토니 라 루사 애리조나 최고운영책임자는 빅리그 선수 출신이지만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양상문 LG 단장은 석사 학위를 위해 프로 입단을 미루기도 했다.

야구선수는 야구만 잘 하면 큰 부와 명예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은 인생에 큰 선물을 안길지 모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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