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의 생존본능, 누가 그에게 끝났다고 했나

입력 2018-03-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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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배영수. 스포츠동아DB

한화 배영수. 스포츠동아DB

KBO리그 19년차 투수 배영수(37·한화)는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손쉽게 던지는 리그 최고의 에이스였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두 가지 구종만으로 리그를 평정했다. 두 차례 다승왕(2004·2013시즌)과 현역 최다승(135승), 2004시즌 최우수선수(MVP) 등은 배영수의 업적을 증명하는 지표다.

그러나 두 차례 팔꿈치 수술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과거의 강력한 구위는 무뎌졌다. 빠른 공을 자랑하던 투수들은 구속이 나오지 않을 때 상상 이상의 좌절감을 느낀다. ‘파이어볼러’에서 ‘기교파’로 변신하는 과정은 베테랑 투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배영수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전에 나섰다. 소속팀 후배 정우람에게 서클체인지업을 배우고, 종슬라이더를 가다듬고, 코너워크로 승부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최고구속 128㎞ 나올 때도 야구를 했잖아요.” 과거의 아픔을 생각하면, 지금은 행복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단한 생존본능이다. 2017시즌 팀 내 최다 선발승(7승)을 거두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비결도 여기에 있다. 올 시즌 첫 등판인 28일 마산 NC전(6이닝 2실점)은 그에게 호투 이상의 의미를 지닌 한판이었다.

배영수가 생각하는 투수의 첫 번째 가치는 안정감이다. 이는 기술과 심리적인 부분 모두 해당한다. 구위가 떨어졌다고 안정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배영수는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직구의 코너워크와 변화구의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살아남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영수의 생존본능은 KBO리그의 베테랑 투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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