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곽빈이 모자에 새긴 ‘기도, 패기, 가족’

입력 2018-04-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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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패기, 가족’을 적어 놓은 곽빈의 모자.

두산 루키 곽빈(19)의 모자에는 본인의 등번호 20번과 함께 세 단어가 적혀있다. 그를 지탱하는 기도와 패기, 그리고 가족이다.

2018시즌 두산의 불펜은 젊다. 막내 곽빈을 비롯해 함덕주(23), 이영하(21), 박치국(20) 등 중간 계투진이 1990년대 생의 어린 선수들로 꾸려졌다. 경험이 부족하기에 시행착오가 뒤따른다.

데뷔 첫 시즌인 곽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속절없이 무너질 때도, 베테랑 타자들에게 씩씩하게 맞설 때도 있다. 대신 겁이 없다. 3일 치른 LG와의 첫 잠실 라이벌전에서는 8회 2-2로 맞선 1사 만루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정상호와 김용의를 연달아 삼진 처리했다. 막내가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한 셈이다. 곽빈은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양의지 선배만 믿고 신인답게 열심히 던졌다. 결과가 좋았다”고 기뻐했다.

스스로도 “패기”를 본인의 강점으로 꼽는다. 보통 야구 선수들은 저마다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모자에 적어두곤 한다. 곽빈의 모자에는 패기라는 단어가 적혀있다. 그는 “교회를 다녀서 기도를 적어뒀고, 또 패기 있게 던지고 싶어서, 던질 때마다 가족을 생각하려고 기도와 패기 그리고 가족 세 단어를 적어뒀다”고 설명했다.

두산 곽빈. 스포츠동아DB


곽빈은 지난달 31일 KT 강백호와의 맞대결에 대해서도 “내가 졌다”며 헤실헤실 웃었다. 당시 곽빈은 강백호를 상대로 한 차례는 삼진을 솎아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선 추가점을 허용했다. “여태 야구를 하면서 잘 안 된 적도 많으니까 모두 경험이라 생각하고 넘긴다”는 마음가짐이기에 가능하다. 또 “조급한 마음은 없다. 컨디션이 올라갈 때까지 몸을 만들고 기다리면 충분히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다. 친구니까 잘 되면 서로 좋은 일이다”라며 넉넉한 마음을 보여줬다.

선배들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것 또한 막내의 특권이다. 곽빈은 “내가 표정도 어둡고 말을 잘 못하니 선배들이 먼저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봐주신다”고 고마워하며 “프로에선 팬들이 많이 찾아와 응원해줘 야구에 더 집중도 잘되고 재미있다. 두산 투수 중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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