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엔터 파워맨①] 안석준 대표 “적과의 동침? 이제 ‘플랫폼 공룡’과 싸워야 할 때”

입력 2018-04-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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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준 FNC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삼성영상사업단을 시작으로 제일기획, 삼성SDS,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워너뮤직코리아, CJ E&M 등 다양한 기업과 직종을 거치면서 여러 성과를 일궈내 엔터테인먼트업계 대표적인 파워맨으로 손꼽힌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 FNC엔터테인먼트 안석준 대표

SM엔터에 FNC애드컬쳐 매각
전략적 파트너로서 가장 이상적
콘텐츠사업자끼리 시너지 기대

P2P·가상화폐 등 쏟아지는 신기술
콘텐츠 시장 생태계 변화 대처해야
한류수출 권역별 단위로 공략 필요


“FNC애드컬쳐 1대 주주 자리를 SM엔터테인먼트에 내준 후 주변에선 ‘축하해야 하나, 위로해야 하나’ 혼란스러워하더군요. 축하받을 일입니다. 이제는 엔터사 간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 융합하여 시너지 내고, 플랫폼 등 다른 ‘공룡’과 싸울 때죠.”

FNC엔터테인먼트 안석준(49) 대표는 ‘적과의 동침’에 대한 소신을 이같이 정리했다. 어쩌면 씨엔블루의 충성도 높은 팬도,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 마니아도 낯설어 하는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FNC애드컬쳐에 이어 최근 FNC엔터테인먼트 공동 대표이사에 취임한 전문경영인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내로라하는 파워맨으로 통하지만, 안 대표가 최근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란제리 소녀시대’ 등을 제작한 FNC애드컬쳐 지분 30.51%(1348만3865주)를 경쟁사라 할 만한 SM엔터테인먼트에 팔았다는 것. 좋은 일인지 조심스레 묻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그의 논리는 앞으로 엔터 업계가 가야할 새로운 대륙을 개척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추첨식 복권 인쇄 사업으로 시작한 FNC애드컬쳐는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고, 월트디즈니 NEW 쇼박스 판씨네마 등의 DVD와 블루레이를 유통하는 시가총액 약 600억 원의 상장사다. 예능제작사 지니픽쳐스와 드라마제작사 필름부티크의 잇단 인수, 워너브러더스 영화펀드 참여 등으로 사업을 확장시켜나가면서 흑자전환을 이룬 FNC애드컬쳐의 지분 매각 배경에 업계 관심이 모아졌다. FNC는 왜 핵심 계열사인 FNC애드컬쳐 경영권을 넘겼을까.

안석준 FNC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성장세인 FNC애드컬쳐 매각은 의외다.

“매각 배경을 모르니, 만나는 사람들은 ‘축하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축하받을 일이다.”


-매각 배경은 무엇인가.

“FNC애드컬쳐를 경영하면서 1000억원, 5000억원, 1조원 규모까지 키울 방법이 무얼까 항상 고민했다. 좋은 파트너 만나서 더 키워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 사이 드라마 작가 라인업이 좋아지고, 영상물 유통 계약하는 등 내실이 좋아졌다. 많은 회사들이 제안이 왔었지만, SM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가장 이상적이었다. FNC애드컬쳐는 이제 SM과 FNC의 중간지대다.”


-경쟁자와 손을 잡은 셈인데.

“기획사 간 경쟁시대는 끝난다. 지금까진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콘텐츠 제작자들의 경쟁이었지만, 이젠 콘텐츠제작자와 플랫폼의 경쟁이 될 수 있고, 국내사업자와 해외사업자간 경쟁이 될 수 있다. 업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콘텐츠사업자 상호 간에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보자, 시너지를 내보자는 생각이었다.”


-서로 어떻게 좋다는 것인가.

“양사 모두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한쪽은 사업을 담을 좋은 통이 필요하고, 한쪽은 통에 담을 알맹이가 필요하다. 모회사들의 결합체가 모이면서 FNC애드컬쳐도 성장할 것이다.”

2006년 한성호 총괄 프로듀서가 설립한 FNC는 FT아일랜드 씨엔블루 AOA 엔플라잉 SF9 허니스트 등의 아티스트들을 배출했다. 유재석 송은이 김용만 김원희 정형돈 노홍철 이국주 문세윤 등 예능인들과 이동건 정진영 윤진서 등 배우들이 소속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공연 제작사, 아카데미 등을 보유한 종합 엔터사다.

서울대(기악과), 미국 뉴욕대학교 대학원(뮤직테크놀로지)을 졸업한 안 대표는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음악 비즈니스를 시작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음악산업팀장, 워너뮤직 코리아 부사장, CJ E&M 음악부문 대표 등을 역임했다. CJ E&M 재직시절, 음악사업부문을 약 2000억원 규모의 매출로 성장시키며 음원유통 시장점유율 1위, 자사 지식재산권 시장점유율 1위, 콘서트 시장점유율 1위로 업계를 선도해왔다. 2016년 12월 FNC애드컬쳐 대표이사로 취임한 안 대표는 기존 특수인쇄사업에서 콘텐츠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하며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 안착을 주도했다. 특히 2017년 한 해 동안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30억원 및 43억원이 증가하며 5년 만에 모두 흑자전환 하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음악 사업 전문가인데, 드라마 제작은 생소한 분야 아니었나.

“CJ E&M 퇴사 후 여러 음악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음악비즈니스 전문가라는 틀에 갇혀버리는 것 같았다. 내 인생 확장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엔터 비즈니스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FNC 한성호 회장(현 총괄 프로듀서)이 드라마 제작사 경영을 제안했다. 내가 대기업을 나와서도 잘할 수 있겠느냐는 업계 시선이 많은데, 다른 분야도 성공할 수 있을까 스스로 부담도 있었다. 그래서 많이 준비하고 공부했다.”

안석준 FNC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전문경영인으로 소신이 있다면.

“항상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도전, 혁신, 성공이다. 도전은 ‘새로운 걸 해보자’는 것이고, 혁신은 ‘새로운 걸 하되, 기존 방식을 답습 말자’는 것이다. 성공은 ‘일을 하면 결과를 내자’는 의미다.”


-FNC는 지금 씨엔블루와 AOA를 이어갈 콘텐츠가 시급하다.

“외부에서 보는 FNC의 불안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경영과 프로덕션을 분리한 것이다. 한성호 총괄 프로듀서가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은 아티스트 발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저는 경영인으로서 공연사업, 투자회사 등으로 발전시켜 FNC를 명실상부한 종합엔터사로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아티스트에 의존하지 않고 규모와 시스템으로 가는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다.”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있다. 엔터업계도 바뀌고 있는데.

“엔터 시장이 기술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어려운 점이다. 메인 콘텐츠가 중요하고 핵심적 요소지만, 기술발전에 따라 유통질서가 바뀐다.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기술적 무지로 인해 가져갈 몫도 못 가져가는 일이 생긴다. 글로벌 플랫폼이 대세가 되면 우리 것을 잃은 게 아닌가 우려한다. 가상화폐, P2P와 블록체인 등이 엔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까.

“콘텐츠의 중요성은 바뀌지 않지만, 기술변화로 콘텐츠 시장의 생태계가 바뀔 수 있다. P2P 대출이 시행되고 있는데, P2P 투자도 가능해질 것이고, 플랫폼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방송에 나가지 않고 유튜브로 홍보하고, 대금도 현찰이 아닌 가상화폐로 지급하는 날도 올 수 있다. 엔터 사업자들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대처능력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가 IT기술과 엔터업계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해주면 좋겠다.”


-드라마 사업과 음악 사업이 다른 점은.

“음악 시장에 비해 드라마 시장은 저작권 관리가 뒤처져 있는 것 같다. 플랫폼과 제작사 간 관계에서는 플랫폼이 우월적 위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엔터회사는 콘텐츠를 방송사 등에 ‘완제품’ 형태로 판매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드라마 시장은 판권을 제작사가 아니라 방송사가 갖는 구조다.”

안석준 FNC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중국의 사드보복이 해제되는 분위기다. 중국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단기간에 회복되지는 않을 것 같다.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시장에서 문화콘텐츠부터 발이 묶였는데, 풀리는 것은 맨 마지막에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징조들이 있지만)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다. 그 사이 중국도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류수출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어느 나라를 특정하기보다, 같은 감정과 감성을 가진 권역별, 동일문화권 단위로 공략해야 한다. 글로벌 유통망을 가진 넷플릭스도 ‘아시아에서 통하는 로맨틱코미디’, ‘아시아에서 통하는 배우’를 원하고 있다. 이는 권역별 단위 공략을 의미한다.”


-FNC엔터 대표이사로서 포부는.

“종합엔터사로 확장시켜 한국의 넘버원 엔터기업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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