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이태환 “캐스팅 안 될 줄 알았던 ‘황금빛’, 난 행운아”

입력 2018-04-08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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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연기자 그룹 ‘서프라이즈’가 처음 나왔을 때 강남 모처에서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다. 갓 연예계에 첫 발을 디딘 이들은 여느 신인들처럼 쑥스러워했고 취재진의 질문에 한 마디라도 놓칠까 귀를 쫑긋 세웠다. “열심히 활동하겠다”라고 말한 지 어느 새 5년이 지났고 ‘서프라이즈’ 멤버인 이태환을 ‘황금빛 내 인생’ 인터뷰에서 만났다. 그 때를 언급하자 “기억이 난다. 낯설고 어색하고 신기했고 우리를 봐주러 오신 게 너무 감사했다. 우리 그 때 정말 어렸는데”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을까. 그야 말로 황금시간대인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 출연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줄. 이태환은 “우리 멤버들은 언젠간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저 역시 조금씩 성장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라며 “외모도 5년 전에 비해 달라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렸을 때부터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황금빛 내 인생’은 부담감뿐이었죠. 10대 시절에 주말만 되면 거실에 앉아서 드라마를 봤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시간에 TV에 나온다니. 실감이 나지 않기도 했지만 그 만큼 제가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사실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도 50부작이어서 후반부로 갈수록 에너지 소모가 심했어요. 그래서 또 다시 주말드라마를 할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아졌죠.”

이태환이 ‘황금빛 내 인생’으로 마음을 돌린 이유는 김형석 감독의 공이 크다. 리딩을 했을 당시만 해도 이태환에게 다음을 기약했던 김 감독은 다시 그를 불렀고 “함께 잘 해보자”라고 손을 내밀었다. 이태환은 “솔직히 캐스팅이 안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선한 선우혁의 모습에 네가 떠오른다’며 힘든 걸 잘 이겨내 보자고 하셨다. 또 젊을 때 부딪혀야 한다는 말이 와 닿았다. 무엇보다 감독님의 마음이 푸근하고 따뜻했다. 드라마를 출연하게 된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라고 드라마에 출연한 계기를 털어놨다.


‘선우혁’ 캐릭터는 활달하고 거침없이 밝은 성격이지만 호불호가 명확한 인물. 초반에는 첫눈에 반한 지안(신혜선 분)에게 마음을 주지만 점점 동생인 지수(서은수 분)과 가까워지며 연인이 된다. 이후 일명 ‘직진남’ 면모를 보여준 이태환은 여심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선우혁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는 그는 “다정다감한 면도 있고 확실하게 할 땐 하는 성격”이라며 “그래서 연기할 때도 지안이와 지수를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이태환이 착하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함께 촬영한 정소영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크면 이태환 같은 사위를 데리고 왔으면 좋겠다”라고 그의 예의와 성품을 칭찬했다. 이를 묻자 그는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태오가 ‘하얀 마음 백구’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라며 “어색하지만 고맙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칭찬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런 말을 들을 때 많이 어색하고 부끄러워요. 친구가 남자들이 많다보니 서로 칭찬하지 않아요. 하하. 제가 낯가림이 심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계속 칭찬을 들으면 안주해버릴까 불안할 때도 있어요. 정소영 선배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신 건 현장에서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수개월간 모두 똑같이 열심히 드라마 하나를 위해 달려왔잖아요. 그러니 친근해지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도 커져서 함께 어우러지며 지낸 것 같아요.”


이를 증명하듯 ‘황금빛 내 인생’ 촬영장에서나 포상휴가 등에서 찍은 사진은 그의 인스타그램에 가득하다. 평소 즉흥적으로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한 이태환은 “이게 다 추억이 아닌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고 나중에 보면 좋았던 기억이 떠오를 것 같다. 평소에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습관처럼 찍는다”라고 말했다.

“남는 건 사진 아니겠습니까? 하하. 일정 가다가 구름 모양이 예쁘면 차가 멈췄을 때 찍기도 하고요. 같은 하늘이지만 매번 구름의 형태는 다르잖아요. 카페나 좋은 장소에 오면 예쁜 구도를 잡아서 찍기도 하고요. 사진 찍기 말고 축구, 등산도 좋아해요. 이제 봄이니까 테니스나 클라이밍도 해볼까 하고요. 국내 여행도 해보고 싶어요. 마음 내키는 대로 한 번 해보려고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 이태환은 없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말했다. 또 멜로에도 어울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언젠간 과감하게 ‘사이코패스’ 캐릭터 등 악역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내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연기도 해보고 싶고 순수한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도 해보고 싶다”라며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음 작품을 위해 아쉽지만 선우혁 캐릭터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어요. 새로운 캐릭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고요. 제가 잘 돼서 저만 좋은 것들을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잘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목표요? 올해는 무조건 소처럼 일하는 겁니다! 연기로 많은 변신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판타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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