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슈퍼맨닷컴’은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1기 졸업생인 피오가 동기들과 의기투합하여 만든 극단 소년의 작품이다. 2015년에 극단을 설립한 이들은 ‘마니토즈’에 이어 ‘슈퍼맨닷컴’을 무대에 올렸다. 현재 공연 중인 ‘슈퍼맨닷컴’은 2016년 워크숍을 거친 후 2년 만에 투자를 받고 재정비한 후 공식적으로 공연을 올리게 됐다. 피오는 극 중에서 여동생과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포장마차 장사를 하는 오빠 ‘조은달’ 역을 맡았다.
“공연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다보니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조명 하나, 소품 하나 정말 저희가 발품 팔아 사고 만든 거니까요. 그래서 드라마 세트장이나 공연장에만 가도 ‘어, 이거 어디서 구하셨지?’, ‘저거 진짜 비싼 건데!’라며 흠칫 놀라요. 하하. 그 전엔 그냥 서있었던 무대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아요.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런데 왜 굳이 연극일까. 연기를 하고 싶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 이유는 어릴 적 약속 때문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연기와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피오는 친구들과 꼭 극단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 피오는 음악성을 좀 더 인정받게 되면서 ‘블락비’로 데뷔하게 됐지만 극단을 만들어 연극을 하겠다는 결심을 지우지는 않았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제대를 하고 나서 ‘이제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블락비 활동이 없을 때 연기를 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시점도 됐던 것 같고요. 사실 회사에서 (연극을 하는 것에 대해)엄청 좋아하지는 않아요.(웃음) 소속사에 수익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하잖아요. 하지만 대표님이 ‘네가 할 수 있을 때 하라’고 허락하셨어요. 제겐 대표님이 아버지 혹은 삼촌 같은 분이시죠. 공연 준비할 때 극단 단원들에게 밥도 많이 사주셨어요.”
대신 피오 역시 연극 외에도 다른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그럼에도 배역을 받기보다는 다른 배우들처럼 프로필을 돌리고 오디션을 보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는 “보라는 오디션은 최선을 다해 다 보겠다고 했다”라며 “그래서 붙은 게 드라마 ‘사랑의 온도’였다”라고 말했다.
“‘블락비’를 많이 사랑해주시기 때문에 저 역시 예쁘게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매우 감사한 일이죠. 그렇지만 일명 ‘유명세’ 때문에 역할을 맡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아직까지 ‘아이돌 배우’의 편견이라는 것이 남아 있잖아요? 저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해요. 물론 아이돌 가수들은 지금 그 자리까지 오기 위해서 수년간 피땀을 흘리며 노력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렇지만 예술을 쉽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신인 배우들처럼 같은 과정을 겪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요.”
팬들도 처음에는 피오가 연기를 한다는 것에 우려했다고. 그는 “다 만들어진 공연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또 내가 만든다고 하니 괜히 이상한 거 만들어서 ‘블락비’에 피해가 가진 않을까 팬들이 더 걱정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막내다보니 걱정이 됐나봐요. 그런데 막상 관람하시니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었어요. 연극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팬들도 ‘되게 좋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블락비 멤버들도 초반에는 좀 걱정을 하던데 지금은 ‘네 새로운 모습이다’라며 좋아해요. 진심으로 하는 것이라서 이런 반응을 들으면 정말 좋고요. 1년에 한 번씩 공연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하지만 블락비 활동 등 이래저래 바쁜 피오가 아닌가. 다른 단원들만큼 무대에 쏟는 시간은 다소 적을 수밖에 없다. 그는 “극단에서 내 역할은 일명 나는 ‘바지사장’이다. 하하. 친구들이 열심히 공연을 만들고 있을 동안 나는 열심히 홍보를 하러 다니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공연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려고 했는데 그건 또 불법이라고 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바지 사장’으로서 목표를 물으니 “재작년 워크숍 공연 스태프들에게 주지 못한 임금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들 열정 하나로 뭉쳤는데 투자를 받고 공연을 올렸으니 당연히 지급을 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지급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돼도 연기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잃지 말자는 마음으로 만든 극단 ‘소년’. 이들의 목표는 웹드라마도 만들고 독립영화를 찍기도 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피오는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 우리가 잘 하는 것들을 접목시켜서 극단을 조금씩 발전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말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배우를 꿈꾸는 친구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저희가 더 즐겁고 신나기 연기를 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겠죠. 계속해서 행복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