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출신’ 박경완이 바라 본 2000년 현대 vs 2018년 SK

입력 2018-04-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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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시절 현대 유니콘스 타선의 핵이었던 박경완 현 SK 와이번스 코치는 “2000년 현대보다 올해 SK 타선이 더 무섭다”고 평가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프로야구 SK는 2017시즌에 새로운 홈런 기록을 만들었다. 팀 홈런 234개를 때려 1982년 시작된 KBO리그에서 한 시즌에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팀으로 기록됐다. 팀당 144게임 체제로 진행된 지난해 200개 이상의 홈런을 만든 팀은 SK가 유일했다.

새롭게 시작한 2018년에도 비룡 군단의 대포는 여전히 뜨겁다. 10일 잠실 LG전에서도 최승준의 5회 2점포로 4-1 승리를 거두는 등 올 시즌 13경기에서 무려 29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더 많은 게임을 소화한 팀이 있음에도 SK가 생산한 홈런은 가장 많다. 김동엽, 제이미 로맥(이상 6개), 최정(5개) 등 주전부터 뿐만 아니라 홈런을 친 선수가 총 10명에 이를 정도로 타 팀 투수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팀’이다.

SK의 시즌 초 행보는 흡사 18년 전 KBO리그 역사상 가장 강한 전력을 자랑했던 한팀을 떠올리게 만든다. 바로 완벽한 투타밸런스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린 2000년의 현대 유니콘스다. 그 해 현대는 공격력이 유독 막강하게 느껴지는 팀이었다. 개막 이후 4경기에서 무려 20홈런을 때리며 ‘핵타선’의 위력을 과시했다. 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만 무려 4명(박경완·톰 퀸란·박재홍·심재학)이었다.

현대 시절 박경완. 사진제공|현대 유니콘스


핵 타선을 이끌었던 중심은 단연 2000년에 홈런왕을 차지한 박경완(46·현 SK 배터리 코치)이었다. 박경완은 수비 비중이 큰 포수 포지션을 맡으면서도 그 해 40홈런을 터트리는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한 경기에서 4연타석 홈런을 만드는 등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며 팀을 공수에서 이끌었다.

그는 현재 SK에서 배터리 코치로 일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18년 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팀의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현역선수로, 현재는 지도자로 두 거포 군단을 경험하고 있는 그에게 두 팀에 대한 비교 분석을 물었다.


박 코치는 10일, “타선의 짜임새는 2000년의 현대가 정말 좋았다. 전준호~박종호~박재홍으로 이어지는 고정 라인업이 정말 강했다. 외국인타자 퀸란도 무려 39개의 홈런을 때렸다. 개막하고 세 경기에서 19홈런을 쳤는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2~3점을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매 번 들었다. 홈런타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후반에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 SK 타선에 대해서는 장타력에 많은 점수를 줬다. 박 코치는 “장타력에서는 지금 SK 타선이 그 때보다 강하다고 본다.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의 범위가 넓다. 붙박이 주전이라 할 수 있는 최정, 로맥 외에도 거포가 즐비하다”고 설명했다. 홈런이 유독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파워 자체가 좋아졌다. 지금은 웨이트트레이닝을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한다. 야구 장비의 기술적인 부분의 발전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넓디넓은 잠실구장도 비룡군단의 화력을 막지 못했다. SK 최승준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 5회초 1사 1루에서 4-0으로 달아나는 2점 홈런을 때린 뒤 훨훨 날아가는 타구를 쫓고 있다. SK는 13경기만에 29개의 팀 홈런을 기록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BO리그의 웬만한 팀 홈런 기록은 2000년 현대와 2017년의 SK가 나눠가지고 있다. 박 코치에게 새로운 홈런 기록의 가능성에 대해 묻자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 페이스면 지난해 팀 홈런 기록도 충분히 깰 수 있다. 2000년의 현대가 가지고 있는 기록들도 언젠가는 새롭게 경신될 것이라 본다. 그런 팀이 분명 나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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