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현대 유니콘스 타선의 핵이었던 박경완 현 SK 와이번스 코치는 “2000년 현대보다 올해 SK 타선이 더 무섭다”고 평가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새롭게 시작한 2018년에도 비룡 군단의 대포는 여전히 뜨겁다. 10일 잠실 LG전에서도 최승준의 5회 2점포로 4-1 승리를 거두는 등 올 시즌 13경기에서 무려 29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더 많은 게임을 소화한 팀이 있음에도 SK가 생산한 홈런은 가장 많다. 김동엽, 제이미 로맥(이상 6개), 최정(5개) 등 주전부터 뿐만 아니라 홈런을 친 선수가 총 10명에 이를 정도로 타 팀 투수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팀’이다.
SK의 시즌 초 행보는 흡사 18년 전 KBO리그 역사상 가장 강한 전력을 자랑했던 한팀을 떠올리게 만든다. 바로 완벽한 투타밸런스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린 2000년의 현대 유니콘스다. 그 해 현대는 공격력이 유독 막강하게 느껴지는 팀이었다. 개막 이후 4경기에서 무려 20홈런을 때리며 ‘핵타선’의 위력을 과시했다. 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만 무려 4명(박경완·톰 퀸란·박재홍·심재학)이었다.
현대 시절 박경완. 사진제공|현대 유니콘스
핵 타선을 이끌었던 중심은 단연 2000년에 홈런왕을 차지한 박경완(46·현 SK 배터리 코치)이었다. 박경완은 수비 비중이 큰 포수 포지션을 맡으면서도 그 해 40홈런을 터트리는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한 경기에서 4연타석 홈런을 만드는 등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며 팀을 공수에서 이끌었다.
그는 현재 SK에서 배터리 코치로 일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18년 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팀의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현역선수로, 현재는 지도자로 두 거포 군단을 경험하고 있는 그에게 두 팀에 대한 비교 분석을 물었다.
박 코치는 10일, “타선의 짜임새는 2000년의 현대가 정말 좋았다. 전준호~박종호~박재홍으로 이어지는 고정 라인업이 정말 강했다. 외국인타자 퀸란도 무려 39개의 홈런을 때렸다. 개막하고 세 경기에서 19홈런을 쳤는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2~3점을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매 번 들었다. 홈런타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후반에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 SK 타선에 대해서는 장타력에 많은 점수를 줬다. 박 코치는 “장타력에서는 지금 SK 타선이 그 때보다 강하다고 본다.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의 범위가 넓다. 붙박이 주전이라 할 수 있는 최정, 로맥 외에도 거포가 즐비하다”고 설명했다. 홈런이 유독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파워 자체가 좋아졌다. 지금은 웨이트트레이닝을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한다. 야구 장비의 기술적인 부분의 발전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넓디넓은 잠실구장도 비룡군단의 화력을 막지 못했다. SK 최승준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 5회초 1사 1루에서 4-0으로 달아나는 2점 홈런을 때린 뒤 훨훨 날아가는 타구를 쫓고 있다. SK는 13경기만에 29개의 팀 홈런을 기록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BO리그의 웬만한 팀 홈런 기록은 2000년 현대와 2017년의 SK가 나눠가지고 있다. 박 코치에게 새로운 홈런 기록의 가능성에 대해 묻자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 페이스면 지난해 팀 홈런 기록도 충분히 깰 수 있다. 2000년의 현대가 가지고 있는 기록들도 언젠가는 새롭게 경신될 것이라 본다. 그런 팀이 분명 나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