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명승부’ 당당한 포항 덕에 무력증 탈출한 서울

입력 2018-04-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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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상암벌에서 만난 포항 최순호(왼쪽) 감독과 서울 황선홍 감독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공통분모를 쌓았다. 이러한 인연 덕분일까. 선배인 최순호 감독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황선홍 감독에게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얄궂게도 이날 경기의 승자는 후배인 황 감독이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FC서울 황선홍(50) 감독과 포항 스틸러스 최순호(56) 감독은 인연이 깊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였고, ‘포항’이란 공통분모를 지녔다.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를 두루 거치면서 명성을 떨쳤다.

물론 ‘서울’도 빼놓을 수 없다. 최 감독은 한때 서울 미래기획단장으로 활동하며 유소년 육성에 힘을 썼다. 공교롭게도 붉은·검은색을 기반으로 한 서울과 포항의 유니폼 컬러도 비슷하다.

K리그의 얽히고 설킨 라이벌 구도 속에서도 서울과 포항은 이렇듯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왔다. 그런데 최근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포항은 개막 4경기 연속 무패(3승1무)를 달리는 등 순항한 반면, 서울은 지난 주말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 빈공 끝에 0-0으로 비기는 등 초반 3무2패 최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1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서울 신광훈이 포항 제테르손의 수비를 제치며 돌파하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고독한 승부의 세계, 각자의 처지는 달라도 마음은 서로 통하는 법이다. 최 감독은 후배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도 과거 지루한 경기를 펼쳐 혼쭐이 난 기억이 있다. 포항을 처음 이끈 2000년 서울의 전신인 안양LG를 상대로 ‘지지 않기 위해’ 꽁무니를 뺐다가 당시 국가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K리그가 이래선 안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호된 공격은 물론, 그에게는 ‘재미없는 축구를 하는 감독’이란 꼬리표가 달렸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원정에 임한 최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한 후배에게 따스한 조언을 건넸다. “이럴수록 내려놓아라. 축구의 기본을 향하자. 대범하고 도전적인 축구를 하자.” 경험에서 우러난 선배의 따스한 메시지에 황 감독도 “고맙다고 전해 달라”며 밝게 웃었다.

그래서일까. 두 팀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적지에서도 라인을 내리지 않은 포항에 서울도 활발한 플레이로 응수해 오랜 무기력증에서 벗어났다. 전반 8분 포항 김승대에게 먼저 골을 내줬지만 고요한이 전반 31분 멍군을 부른 데 이어 후반 18분 역전골을 뽑았다. 서울의 2-1 승리. 고대한 서울의 첫 승과 함께 명암은 엇갈렸어도 포항 역시 갈채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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