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사건을 김태형 감독이 신중하게 생각하는 이유

입력 2018-04-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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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은 1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8-1의 대승을 거뒀다. 선발투수 세스 후랭코프의 무실점 호투, 4번타자 김재환의 홈런포 등 완벽한 투타밸런스로 5연승을 질주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두산의 원정팀 덕아웃은 유독 분위기가 무거웠다. 선수들은 장비를 서둘러 챙겨 라커룸으로 향했다. 두산 김태형(51) 감독이 이례적으로 전체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단 한명의 열외도 없이 김 감독의 지시를 따라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김 감독이 선수단을 소집한 이유는 이른바 ‘양의지 사건’ 때문이었다. 선발포수로 출전했던 양의지는 구심을 봤던 정종수 심판위원과 한 차례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벌였다.

상황은 이랬다. 두산은 7회말 수비를 앞두고 투수교체를 감행했다. 선발투수 후랭코프를 대신해 곽빈이 마운드에 올랐다. 연습투구를 위해 곽빈이 수차례 포수를 향해 공을 던졌고, 양의지는 평소와 같이 공을 받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양의지의 돌발행동이 나왔다. 곽빈의 빠른 공을 포구하지 않고 뒤로 흘려보냈다. 정 심판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간 공은 후면 광고판을 강타했다.

사진|SBS SPORTS 캡쳐


아무도 다친 이는 없었지만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 정 심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양의지를 쳐다봤다. 그 상황에서 김 감독이 양의지를 불렀다. 김 감독은 양의지에게 “너 지금 뭐하는 거냐”라고 말했고, 당시 상황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11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전달했다. 김 감독은 먼저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양의지가 이전 타석 상황에서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앞으로는 그런 개인행동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최근 확대된 스트라이크존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협회가 주장을 모아서 (스트라이크존 항의에 대해) 선수들한테 잘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업자 정신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는 것은 야구 발전을 위한 것이니 서로 공감해야 한다. 타자들이 최근 줄곧 좋은 기록을 냈다. 이제는 투수들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게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양의지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삼성과의 11일 경기에서 김재호의 3점홈런 등을 앞세워 7-6으로 승리해 6연승을 내달리며 단독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KBO는 12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양의지의 행위에 대해 징계 여부 및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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