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애런’ 별명 딛고 마침내 최정상에 선 문경은 SK 감독

입력 2018-04-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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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원주 DB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 경기에서 SK가 우승을 차지한 문경은 감독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학생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남자프로농구 서울 SK 문경은(47) 감독이 마침내 지도자로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SK는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6차전에서 원주 DB를 80-77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정상에 등극했다. 챔프전 2연패 후 4연승은 KBL 플레이오프(PO) 역사상 처음이었다. 1999~2000시즌 이후 18년만에 역대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은 SK는 우승 상금 1억원을 챙겼다. PO MVP는 챔프전에서 매 경기 팀의 공격을 이끈 외국인선수 테리코 화이트에게 돌아갔다. KBL 출입 기자단 투표에서 95표 중 64표를 받은 화이트는 MVP 보너스 1000만원을 받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SK 최태원 회장이 18년만에 직접 찾아 선수들과 함께 우승 감격을 누렸다.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원주 DB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 경기에서 SK가 우승을 차지한 뒤 김선형과 문경은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잠실학생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5년 전 실패를 딛고 일어선 문 감독

문 감독은 이번 챔프전을 맞아 각오가 남달랐다. 2011~2012시즌 SK에서 감독대행으로 처음으로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정식 감독이 된 2012~2013시즌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은 뒤 첫 챔프전에 나섰다. 상대는 울산 현대모비스. 객관적인 전력에서 SK가 앞선다는 평가였지만 시리즈 양상은 전혀 달랐다. SK는 한 번의 승리도 기록하지 못하고 4연패로 주저앉았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승부처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문 감독은 5년 전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챔프전에 나섰지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번에도 SK가 DB보다 전력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2차전 결과는 참담했다. 2번 모두 4쿼터 맹추격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속상했던 문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챔프전 1승이 참 어렵다. 우승이 아니라 챔프전 1승으로 목표를 바꿨다. 우선 한 번 이기고, 한 발씩 천천히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3차전부터 SK가 제일 잘 하는 수비 3-2 드롭존을 꺼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반전을 이뤄낸 문 감독은 그토록 바라던 챔피언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선수와 감독으로 KBL리그에서 우승한 역대 세 번째 주인공이 됐다.

그에게는 ‘문애런’이라는 별명이 있다. 애런 헤인즈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썩 기분 좋은 수식어는 아니다. 하지만 문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서 이러한 좋지 않은 평가를 단번에 뒤집는 전술과 전략으로 자신과 팀의 꿈을 이뤄냈다.

문경은 감독-전희철 코치(오른쪽). 스포츠동아DB



● 문 감독에게 없어선 안 될 파트너 전희철 코치

우승이 확정된 순간 눈물을 쏟아낸 문 감독과 진한 포옹을 나눈 파트너 전희철(45) 코치. 둘은 선수 시절이었던 2006년 SK에서 만나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고 있다. 둘의 등번호(문경은 10번·전희철13번)는 SK의 영구결번이기도 하다. 2011시즌 문 감독이 팀의 사령탑에 오른 뒤에는 감독-코치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둘은 SK가 자랑하는 수비 전술인 3-2 드롭존을 함께 만들어내기도 했다. 전 코치는 문 감독과 함께 생활하는 기간에 여자프로농구 등에서 2~3차례 정도 감독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팀을 떠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문 감독과 계속 SK에 남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전 코치는 농담 삼아 “내가 가긴 어딜 가겠나. SK와 문 감독님하고 평생 함께 할 거다”고 말한다.

둘은 라이벌 학교인 연세대(문경은)-고려대(전희철) 출신이지만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선수 시절 다른 팀에서 활약할 때도 자주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던 사이다. 한 때는 사는 집도 가까웠다. 그런 인연을 바탕으로 절묘한 하모니를 연출한 문 감독과 전 코치는 마침내 SK를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잠실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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