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성우의 기다림, 37살 백업포수로 산다는 것

입력 2018-04-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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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성우.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포수 이성우(37)는 타격연습을 할 때, 거의 항상 순서가 마지막이다. 주전선수들이 먼저 칠 때까지 벤치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런 기다림이 언젠가부터 일상이 됐다.

이성우는 2000년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SK에서 KIA로, KIA에서 SK로 트레이드가 됐다. 2018년 연봉은 9000만원이다. 일반인에게는 꿈의 연봉이지만 프로야구 선수에게는 평균수준이라 할 억대 연봉은 닿을 듯 닿지 않는다.

그래도 현역 유니폼을 입고 있는 현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2017년 KIA에서 이성우는 은퇴를 예감했다. 스프링캠프 명단에 제외된 것부터 그랬다. 4월에 구단에서 부를 때 마음의 각오를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구단은 “SK로 트레이드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다시 SK로 왔고, 1군에서 뛸 수 있었다. 이홍구가 군 입대하자 이성우는 2018시즌에도 필요한 포수 자원이 됐다.

현실적으로 주장이자 주전 포수인 이재원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 37세라는 나이를 잊지 않기에 “매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초연함을 놓지 않고 있다.

SK 이성우.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이성우는 인천으로 트레이드됐을 때, 가족들을 광주에 남기고 왔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홀로 야구장 근처 원룸을 얻어 살고 있다.

이성우의 바람은 스타도, 고액연봉도 더 이상 아니다. 현역 생활을 최대한 오래 하는 것뿐이다. KBO리그가 포수 기근에 허덕이고 있어서 희망이 아주 없진 않다. 기왕이면 지금 SK에서 우승반지도 끼어보고 싶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갈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프로야구선수는 흔히 꿈의 직업이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그러나 극소수 선택 받은 선수들의 화려함 이면에는 이성우와 같은 ‘생계형 야구선수’들의 고뇌가 있다 “내 야구인생은 기다림”이라는 말과 미소를 남긴 뒤, 이성우는 뒤늦게 타격 연습을 하러 배팅케이지로 향했다.

고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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