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손혁 투수코치가 29일 고척 넥센전 6회 1사 2루에서 장영석에게 적시타를 맞은 선발투수 문승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SK가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의 성적은 18승2패다.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의 성적은 18승1패다. ‘SK는 불펜이 약점’이라는 세간의 예상이 무색하다.
SK의 두드러진 변화는 손혁(45) 투수코치의 가세다. 손 코치가 마법사도 아니고, 투수들에게 마구를 가르쳤을 리도 없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인생이 달라진다. 손 코치는 그렇게 마인드 개혁부터 접근했다.
자존감이 떨어질 만큼 떨어진 SK 불펜투수들을 향해 손 코치는 “맞아라. 동점 줘라”는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손 코치는 “SK 타선은 강하다. (이길 때 올라와도) 너희들이 동점만 주면, 타자들이 다시 점수를 내서 팀이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불펜의 블론세이브 공포를 근원적으로 덜어준 것이다.
전술적으로 손 코치는 확실한 투수는 희소해도, 옵션은 많은 SK 불펜진의 특수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SK 불펜투수 각자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환경에서 투입하려고 노력했다. 가령 서진용은 점수차가 클 때, 자기 공을 던지는 성향을 극대화시켰다. 억지로 박빙 상황에서 기용하려 하지 않았다. 세 경기 연속등판과 연투 시 투구수를 제한해 불펜을 보호했다. 그 대신 자기가 맡은 보직에 관해서는 책임감을 부여했다.
투수들을 투수코치에 맞추려 하지 않고, 투수코치가 투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데 힘썼다. 캠프 때부터 끊임없이 소통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에이스 김광현의 전격 엔트리 제외도 상호 공감대가 쌓여서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
낙관은 아직 이르다. 단 SK 마운드가 좋은 방향으로 변한 것은 김광현, 앙헬 산체스의 가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