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이 생경했던 KT 전민수, 이제는 선례를 꿈꾼다

입력 2018-05-1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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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전민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전민수(29·KT)에게 야구는 ‘웬수’였다. 2008년 현대에 2차 4라운드로 입단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두 시즌 간 15경기에 출장 그친 채 방출됐다. 우여곡절 끝에 KT에 입단했으나 번번이 부상에 발목 잡혔다. 팀 사정상 자리가 없어보였지만 근성과 독기로 과포화 외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금 그에게 야구는 ‘동아줄’이다.

kt 전민수. 사진제공|kt wiz



● ‘마지막 지푸라기’ 채종범 코치가 건넨 손길

전민수는 어깨 부상 탓에 2013년 넥센에서 방출됐다. 야구는커녕 당장 재활 받을 비용도 없었다. 결국 그는 사회인 야구 레슨까지 해가며 어떻게든 재활에 매진했다. 전민수는 2014년 KT에 육성선수로 입단하며 꿈을 연장했다. 사실 전민수는 그때까지만 해도 야구선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외야수였지만 어깨 부상 탓에 눈앞의 거리까지도 송구를 하기 힘들었다. 스윙을 하면 타구가 몸 뒤로 향하기 일쑤였다. 연습에서조차 앞쪽으로 향하는 타구를 찾기 어려웠다. 때문에 ‘방출 대기조’처럼 여겨지는 잔류군에 머물렀다.

이때 그는 채종범 현 1군 타격코치를 만났다. 당시 잔류군을 이끌던 채 코치는 예닐곱 명의 잔류군 소속 선수들이 야구인생을 정리하던 모습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채 코치의 눈에 전민수가 띄었다. 송구와 타격 어느 것 하나 합격점을 매기기 힘들었지만 눈빛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채종범 코치는 매일 서너 시간씩 전민수와 1대1 타격 훈련을 실시했다. 전민수는 “코치님은 저의 마지막 지푸라기입니다”는 말과 함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어깨 통증이 회복되고 스윙할 때 축에 변화를 주자 전민수는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았다. 2014년 말, 퓨처스리그에 등록돼 타율 4할에 육박하는 맹타를 휘둘렀다. 전민수는 채종범 코치를 ‘채래타’라고 부른다. 미국의 재야 타격 장인 덕 래타 코치의 이름에서 따온 별명이다. 농담도 서슴없이 주고받는 사이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kt 전민수. 스포츠동아DB



● ‘하고 싶은 거 다 해본’ 전민수가 바라는 꿈

전민수는 2016년 KT 입단 후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1군이 생경했던 그는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거 다’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실에 있는 모든 운동 기구를 한 번씩 다 체험했고, 식당에 나오는 모든 음식을 맛봤다. 선수들이 선호하지 않는 시리얼이나 건강 보조 식품도 전부 맛있게 먹었다. 전민수는 “1군이 낯설었던 것도 있지만, 앞으로 언제 다시 밟을지 몰라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예상과 달리 전민수는 1군에서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2016년 74경기에서 타율 0.305 3홈런 29타점 31득점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상이 문제였다. 경기 도중 사구에 맞아 왼 복사뼈 비골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았다. 철저히 재활한 전민수에게 지난해는 기회의 장이었지만 이번에도 부상이 문제였다. 시즌 막판 타격감이 한껏 올랐으나 수비 도중 왼 어깨를 다쳤다.

올해 KT 외야는 과포화다. ‘특급 신인’ 강백호를 비롯한 8~9명의 선수들이 좌익수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그러나 전민수의 목표는 경쟁도, 이 자리를 꿰차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다치지 않는 게 1순위다. “야구장에서 안타를 못 치거나 실책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그 자체가 행복이다. 그저 그라운드 위에서 뛴다는 자체가 행복하다는 걸 이제 확실히 느끼고 있다.”

큰 욕심이 없다던 전민수에게도 한 가지 소망은 있다. 2군에만 머물거나 부상으로 꿈을 접으려는 선수들에게 하나의 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것이다. 전민수는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 1군은 그저 먼 꿈일 수 있다. 나에게도 그랬다. 거기에 부상까지 겹친다면 포기가 먼저 떠오른다. 그때 나를 보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선수가 한 명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종범 코치도 “이렇게 굴곡 많은 선수가 성공한다면 야구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도 주는 메시지가 많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민수의 꿈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이를 위해서라도 어깨가 무거운 전민수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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