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정의 초구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8-05-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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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1회초 2사에서 SK 최정이 두산 선발 후랭코프를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린 뒤 주먹을 쥐며 환호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초구 공략의 장단점은 극명하게 갈린다. 특정 구종에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서 적중률을 높일 수 있지만, 빈타로 이어진다면 투수를 돕는 꼴이다. ‘홈런왕’ SK 최정(31)은 전자에 속한다.

최정은 초구를 선호하는 타자는 아니다. 2018시즌만 놓고 보더라도 15일까지 180타석을 소화하면서 초구를 공략한 것은 24타석에 불과하다. 기다림의 미학도 충분히 누린다. 홈런 타자인 까닭에 삼진 횟수가 55회로 리그에서 가장 많지만, 볼넷도 22차례나 골라냈다. 스트레이트 볼넷 4개에 볼 카운트 3B-1S에서 8개, 3B-2S에서 10개(7삼진)를 얻는 등 신중하다.

그러나 최정은 초구에 유독 강하다. 올 시즌엔 18개 홈런 가운데 7개가 초구에서 터졌다.

15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1회초 2사 자신의 첫 번째 타석 초구를 때려 비거리 125m 대형 홈런을 쳤다. 3회초 1사 2루 두 번째 타석에서도 초구를 노렸지만 헛스윙했고 이어진 승부에서 공에 몸을 맞고 교체됐다.

최정은 초구를 상대한 타율 역시 0.636(22타수 14안타, 몸에 맞는 볼 2개)로 시즌 타율인 0.278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총 12개의 볼 카운트 상황에서 초구를 노렸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 초구 공략 시 홈런 개수, 타율, 장타율 모두 리그 1위다.

SK 최정. 스포츠동아DB


최정은 2005년 데뷔 이래 단 세 차례(2005·2006·2014년)를 제외하면 매 시즌 초구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렸다. 특히 2012(11개)·2016(11개)·2017(12개)년에는 초구로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다. 올해 기록까지 포함해 총 289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린 최정은 초구로 생산해낸 홈런이 86개다. 반면 풀카운트에서는 홈런 24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 역시 최정의 노림수가 적절히 통하고 있다. 최정은 홈런 레이스의 압도적 선두 주자다. 그러나 최정이 지닌 명성을 고려한다면 2할대 타율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홈런에 비해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다보니 투수와의 긴 수싸움을 벌이기보다는 극단적인 볼카운트 상황에서 자신의 타격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KBSN 장성호 해설위원은 “최정은 홈런 타자다. 직구든 변화구든 자신이 노린 공이 들어왔을 때는 홈런의 적중률이 높아진다. 안타가 나올 확률도 높다. 타자들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상대투수가 자주 구사하는 구종을 파악하고 들어간다. 초구로는 포크볼보다는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를 던질 확률이 높다. 이런 식으로 구종의 종류를 줄이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자기 스윙을 온전히 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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