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제 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효천고와 상우고의 경기가 열렸다. 상우고 투수 조성준. 목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병효 감독이 이끄는 상우고는 양팀 합쳐 볼넷 21개, 사구 6개가 쏟아진 난전 끝에 효천고를 잡고 창단 첫 황금사자기 승리를 얻었다. 2013년 창단된 상우고는 전학생이 팀 주축을 이루는 팀이다. 김 감독도 서울고 코치 출신이다.
김 감독이 가장 믿는 투수인 3학년 조성준도 지난해 12월 서울고에서 전학을 왔다. 김 감독 밑에서 야구를 했었고, 그를 따라 상우고로 왔다. 조성준은 어린 나이에 투수로서 치명적인 팔꿈치 수술을 했었다. 무려 15개월을 재활로 보내야 했다.
그러나 그 시련을 이겨내고 마운드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황금사자기 첫 경기 선발 중책을 조성준에게 맡겼다. 조성준은 5이닝(74구) 동안 2안타 4사사구 5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막아내고 승리를 따냈다. 조성준은 “투심이 주무기다. 직구 구속은 130㎞ 후반대로 빠르지 않다. 그러나 변화구와 제구력은 자신 있는 편”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구위 자체가 압도적이지 않음에도 어지간해선 흔들리지 않는 멘탈로 중압감을 이겨냈다.
우완투수인 조성준은 원래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롤 모델이었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 이후 SK 김광현으로 우상이 바뀌었다. 수술과 긴 재활을 이겨내고 마운드에서 위력투를 펼치는 김광현처럼 되고 싶은 바람이 담겨있다.
이런 조성준의 호투를 앞세워 상우고는 5회말까지 10-1 리드를 잡았다. 이때부터 콜드게임 승리가 유력했는데 6회초 순식간에 8실점을 했다. 그러나 10-9에서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을 막아내 역전을 모면했다. 그리고 11-10으로 쫓기던 7회말 대거 6득점을 따내 콜드게임 승리를 얻어냈다.
승리 직후 김 감독은 “아무래도 역사가 오래 되지 않은 팀이다 보니까 조직력이 강하진 않다. 그래도 매 경기 ‘즐기는 야구를 하라’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고 웃었다. 조성준도 “연습 때보다 실전에서 더 잘하고 있다. 황금사자기 지역예선에서도 7경기를 했는데 5번 이겼다”고 말했다. 황금사자기 무대를 밟은 것만으로도 큰 성취를 이룬 상우고가 그 이상의 성취를 이뤄가고 있다.
목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