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우 감독과 우승하고픈 롯데 손승락, 그의 마무리론(論)

입력 2018-05-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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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승락(왼쪽)이 생각하는 마무리 투수는 ‘불펜 투수 성장의 좋은 토양’이다. 손승락은 남은 현역 인생의 목표로 팀 후배 불펜 투수들의 성장과 롯데의 우승을 꼽았다. 스포츠동아DB

2010년 26세이브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이는 손승락(36·롯데)의 자부심이다. 손승락은 23일까지 11시즌 통산 243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오승환(메이저리그 토론토·277세이브), 임창용(KIA·257세이브)에 이어 역대 3위다. 줄곧 KBO리그에서만 뛰며 꾸준히 대기록을 쌓았다는 점에 손승락은 뿌듯함을 느낀다. 그는 이제 후배들의 성장과 팀 우승만을 바라보고 있다. 두 가지 역할에 중심을 잡는 것만이 남은 야구인생의 목표라고 말한다.

롯데 손승락. 스포츠동아DB


● “좋은 마무리 투수는 불펜 성장의 토양”


손승락은 프리에이전트(FA)로 롯데에 합류한 2016년부터 투수 조장을 맡았다. 입단 첫해 조장이었던 김성배(은퇴)가 시즌 초반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며 ‘이적생’인 그가 임시 조장으로 낙점됐다. 롯데에 적응을 채 끝내기도 전이었지만 손승락의 책임감은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임시 딱지는 뗀 지 오래다. 손승락은 올해까지 3년째 투수 조장을 맡으며 투수들을 이끌고 있다.


후배들에게 손승락은 ‘친절한 선배’다. 선발진 ‘막내급’ 김원중은 “뭔가를 먼저 강요하신 적이 한 번도 없다. 대신 내가 다가가서 여쭤보면 선배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절히 설명해주신다”고 손승락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손승락은 “예전처럼 선배가 무게만 잡고 있으면 안 된다. 내 기준에 그런 사람은 결코 좋은 선배가 아니다. 이렇다 저렇다 말로만 늘어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후배들이 그 선배에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손승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건 단연 불펜진이다. 지난해 후반기와 올 시즌 초, 롯데 도약의 중심에는 든든한 뒷문이 있었다. 지난해는 손승락 앞에 조정훈과 박진형이 나섰다면, 올해는 오현택과 진명호가 있다는 정도가 차이점이다. 필승조의 면면은 달라졌어도 손승락의 자리는 굳건하다. 지난 15일 마산 NC전에서 프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한 진명호 역시 “승락이 형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고 밝혔다.


손승락은 “좋은 마무리 투수는 불펜 성장의 토양이다. 내가 막내였던 현대 시절에도 그랬다. (조)용준이 형이 뒷문을 확실하게 잠가줬기에 나를 비롯해 신철인, 송신영, 이상열 선배가 마음 놓고 던질 수 있었다. 우리 팀 중간계투들이 ‘내가 무너져도 승락이 형이 위기를 지워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멘탈이 중요한 불펜 투수들은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던져야 성장할 수 있다. 부담감은 내가 전부 떠안으면 된다. 후배들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롯데 조원우 감독-손승락(오른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조원우 감독에게 남은 마음의 빚


손승락을 비롯한 롯데 불펜의 활약에는 조원우 감독의 관리가 큰 역할을 한다. 조 감독은 투수와 야수 가리지 않는 철저한 관리로 정평이 나있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눈앞의 1승보다 ‘순리’를 강조하는 조 감독이다. 계투진의 3연투는 찾아보기 힘들고, 마무리 투수 손승락의 1이닝 초과 투구도 드물다. 손승락은 “감독님의 배려를 선수단 전원이 느낀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 감독님과 함께 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손승락은 가슴 한편에 조 감독을 향한 미안함을 품고 있다. 손승락은 “감독님이 롯데 지휘봉을 처음 잡은 2016년, 나도 롯데에 합류했다. 감독님은 원래 유쾌하시고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오는 분이시다. 하지만 FA였던 내가 부진하며 팀이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감독님 얼굴의 웃음을 내 손으로 지웠던 것 같다. 지난해 그 미소를 조금은 되찾아 드렸다. 이제 우승으로 감독님 얼굴이 활짝 폈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 깊은 곳에 담아둔 소망을 털어놨다.

롯데 손승락. 스포츠동아DB


● 롯데의 우승을 위한 ‘사위일체’


프로 입단 후 아직 우승을 맛보지 못한 손승락이지만 자신감은 확실하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를 구단의 세 가지 요소라고 하자. 그렇다면 이들의 힘만으로 우승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부산 전체를 들썩이는 팬 분들의 힘도 필수다. 이 네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지면 우리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


롯데의 ‘캡틴’ 이대호는 올 시즌 개막에 앞서 “1992년 이후 지난해까지 25년간 우승에 목말랐던 팬들을 사직구장에 초대해 술 한 잔 따르겠다”고 이색적인 우승 공약을 걸었다. 손승락 역시 “후배들이 팬들께 술을 한 잔씩 대접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내가 나서겠다. 마무리투수답게 술자리가 끝날 때쯤 나와서 정리하겠다. 술이 싫어서 빼는 건 아니다”며 ‘클로저’의 면모(?)를 뽐냈다.


손승락에게 ‘마무리 투수의 인생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답하던 그는 잠시 고민한 뒤 “누가 내 마음을 알까?”라는 물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9년째 고독함과 싸우는 그만이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이었다. 강산이 한 차례 변할 만큼 팀의 뒷문을 지킨 그에게도 하루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그 무게감을 잠시 내려놓는다. 손승락은 오늘도 롯데의 우승을 위해 그 고독함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 손승락은?


▲생년월일=1982년 3월 4일
▲신체조건=187㎝·99㎏
▲출신교=내당초~경상중~대구고~영남대
▲프로 경력=현대(2005~2007), 경찰 야구단(2008~2009), 넥센(2010~2015), 롯데(2016~)
▲통산=(2005~2017년) 기록=491경기 38승41패 234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59

▲2018년 성적=17경기 1승1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3.18(23일 현재)
▲수상 경력=2013년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2010·2013·2014·2017년 세이브 부문 1위, 2014년 페어플레이상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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