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해결사·스포츠영웅…스크린 ‘강한 여성 시대’

입력 2018-06-01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희애 주연의 영화 ‘허스토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위안부 재판 실화 담은 ‘허스토리’
김희애·김해숙 등 여배우 총출동

라미란·이성경의 형사물 ‘걸캅스’
‘디바’ 신민아 스포츠 히어로 변신

미투 바람 속 주체적 여성영화↑
“다양성 확보” 영화계 환영 목소리


세상을 바꿀, 강한 여자들이 온다. 세상의 변화를 담아내고, 이를 다시 비추는 ‘창’으로 통하는 영화에서 여성의 활약이 점차 늘고 있다. 단순히 여배우의 활동이나 여성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는 차원을 넘어 각자의 삶에 주체적이고, 세상을 향해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당당한 여성들이 스크린을 채워나간다. 이달 말 개봉하는 김희애 주연의 ‘허스토리’부터 라미란·이성경의 형사물 ‘걸캅스’가 대표적이다. 개봉 1주일 만에 300만 관객을 앞둔 ‘독전’의 흥행을 이끄는 매혹적인 3인의 여배우 김성령, 진서연, 이주영도 빼놓기 어렵다. 이런 흐름은 할리우드에서 먼저 시작됐다. 남자배우가 독식해온 케이퍼 무비, 스파이 장르를 여배우가 차지하고 있다.

김희애와 김혜수, 손예진과 신민아 그리고 이정현을 넘어 라미란과 이성경까지. 저마다 매력과 실력을 갖춘 배우들이 스크린을 무대로 삼아 자신의 삶은 물론 세상을 향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주체적인 여성을 영화에 담아내려는 제작진의 시도가 확대되는 가운데 톱배우들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영화 ‘걸캅스’의 주연 라미란(왼쪽)과 이성경. 스포츠동아DB


● ‘허스토리’부터 ‘걸캅스’까지

이달 말 개봉하는 ‘허스토리’는 역사의 물길을 바꾼 여성들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전쟁 피해 여성들이 1992년부터 6년간 벌인 재판 실화를 영화로 옮겨,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무엇보다 ‘허스토리’는 최근 사회적 흐름과 맞물려 그 의미를 더한다. 자신의 삶을 적극 개척하는 것은 물론 주체적인 행동 속에 성과를 내는 여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김희애를 중심으로 김해숙, 문숙, 예수정까지 작품을 완성한 이들도 전부 여배우다. 이들은 위안부 재판 가운데 처음으로 일부 승소판결을 이끌어낸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바꾼 승리의 기록’을 관객에 선사한다.

남성배우들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장르영화도 점차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캐릭터에 주목하고 있다. 7월 촬영을 시작하는 라미란·이성경 주연의 ‘걸캅스’가 대표적이다. 한국영화에서 찾기 어려운 여성 투톱 범죄형사물이란 사실이 흥미로우면서도 반갑다. 특히 ‘걸캅스’는 기존 범죄물에서 주로 범죄 피해자에 놓였던 여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악랄한 범죄를 밝혀내 응징하는 내용이란 점에서 관심을 더하고 있다.

손예진이 경찰 협상팀 전문가로 나서 납치극을 파헤치는 ‘협상’, 신민아가 주연으로 나선 다이빙 소재의 스포츠드라마 ‘디바’도 주체적인 여성이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현재 후반작업에 한창인 ‘국가부도의 날’ 역시 IMF 협상에서 국가의 부도를 막아낸 여성이 주축인 이야기로, 김혜수가 전면에 나선다.

영화 ‘협상’의 손예진과 ‘디바’의 신민아, ‘국가부도의 날’의 김혜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여성콘텐츠 늘어야 다양성 확보”

여성 중심의 영화가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는 최근 성평등 목소리가 높아지는 사회적인 상황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할리우드 여배우들로부터 촉발된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서도 성평등을 외치는 거센 바람이 불었고, 이를 적극 수용한 곳이 바로 영화계이기도 하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문을 여는 등 사회적 요구를 빠르게 받아들인 영화계가 제작 현장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의미를 더한다.

여성이 주체가 되는 영화의 필요성은 현장의 목소리뿐 아니라 여러 정책연구를 통해서도 요구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4월 ‘소수자 영화정책 연구’를 발표하고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에서 여성 주체적인 작품이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여성주의적인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영화는 더욱 영화다워지고, 양쪽의 눈으로 세계를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여성의 눈으로 보는 세상, 여성의 내면을 통해 인간의 욕망까지 들여다보는 등 내밀한 시도가 이어진다. 배우 이정현은 신인 정지영 감독과 함께 미스터리 장르의 ‘밀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도연, 윤여정이 함께 나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역시 의문의 사건에 휘말린 여성들이 각자의 욕망을 위해 악의 세계로 들어서며 겪는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