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독전’ 이해영 감독 “결말은 최선의 엔딩, 만족스런 귀결점”

입력 2018-06-03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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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독전’ 이해영 감독 “결말은 최선의 엔딩, 만족스런 귀결점”

*‘독전’의 스포일러가 의도치 않게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독전’이 올해 최장 기간 한국 영화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그간 ‘어벤져스’나 ‘데드풀’ 등 외화가 한국 박스오피스를 장식하고 있던 시기에, 한국 영화의 흥행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독전’의 감독이 이해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관객들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을 것. 감독 스스로도 ‘독전’이 감독 인생 2막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작과는 180도 다른 스타일의 연출법을 보여줬기 때문. 이해영 감독과 ‘독전’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소감은?

“감사하죠. 기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가 싶어요. 감사하다는 말이 가장 정확할 것 같아요.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마블은 워낙 강력하니까요(웃음). 이번에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GV 하세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아요. GV로 뭔가 더 소통을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죠. 그렇게 반응을 해주시니까요.”

● 처음 ‘독전’이라는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된 이유는?

“많은 분들이 ‘마약전쟁’을 베낀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리메이크작이에요. 제가 두기봉 감독님의 팬이기도 했고, 알고 있던 작품이었죠. 리메이크를 제안 받은 거예요. 원작의 몇몇 사건의 줄기 정도가 가장 유사하고, 그 외에는 꽤 다른 이야기가 됐죠. 범죄 장르 영화에 대한 게 제일 끌렸어요. 장르 영화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고, 장르 영화의 팬이기도 했죠. 그래서 (장르 영화를) 지향하고 싶고, 갈망이 꽤 커졌던 타이밍에 만났던 작품이라 하고 싶다고 했어요.


● 이해영 감독의 전작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어떤 부분이라 생각하나?

“장르 영화라는 게 제일 다른 점인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장르를 비틀고, 장르와 다른 주파수의 영화를 만들었어요. 이번에는 장르성이 있고요. 다르다고 느끼시는 게 워낙 바라던 바였어요.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거였는데, 그건 만족하죠. 달라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여겨 주시니까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자평(自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 신인감독의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했어요. 엄밀히 따지면 장르 데뷔작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처음으로 본격 장르영화를 만든 거니까, 만족한다기 보다는 미흡한 점도 있었죠. 지금 만족은 모르겠는데 장르영화에 대해서 유연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음에 비슷한 방식으로 영화를 하게 된다고 하면, 이번보다는 좀 더 여유롭고 유연한 태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조진웅, 류준열 캐스팅 이유는?

“‘독전’ 캐릭터의 온도가 다르니까, 원호에게는 뜨거운 느낌, 그리고 인각적인 느낌이 강력하게 있었으면 했어요. 어떤 선을 넘어도 관객들에게 인간적으로 끌리는 배우가 필요했죠. 그런 맥락에서 조진웅 씨가 적격이었어요. 반대로 원호는 뜨거운데, 차가운 인물인 락을 말하자면 원호를 관찰하는 인물이었죠. 그런 맥락에서 락은 한 번에 뉘앙스가 안 읽히고, 여러 겹이 있어서 몇 번 읽어야만 하고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쪽으로 류준열 배우가 적격이었죠. 두 사람 다 연기력은 더할 나위 없으니까요. 그리고 두 사람의 조합이 궁금했어요. 호기심이 많이 생기는 조합이었죠. 두 사람을 한 프레임에 놓고 보고 싶었어요.”

● 차승원의 특별출연은 어떻게 성사됐나?

“차승원 선배는 워낙에 스타니까 주인공이 아닌 역할을 부탁드리기 죄송했어요. 조연이 아니라 특별히 부탁드리는 거니까요. 처음엔 백지상태의 캐릭터였는데, 선배님과 같이 머리 맞대고 상의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이상하게 웃기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이런 수수께끼 같이 규정할 수 없는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어보자 했죠. 장르 영화 안에서 욕심이 있었는데, 차승원이라서 가능했어요. 영화에서 가장 이질적인 캐릭터인데, 개인적으로는 차승원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 이번 ‘독전’에서 류준열의 매력이 돋보였다. 의도한 부분이었나?

“준열이가 가진 매력을 이 영화 속에서 십분 보여줘야만 이 이야기의 당위성이 충족될 거라 생각했어요. 조명부터 공을 많이 들였죠. 영화에서 여배우들의 조명을 신경 쓰는 것처럼, 촬영 할 때 카메라 각도, 렌즈 사이즈, 인물의 각도를 많이 배려하고 찍었죠. 이 속에서 준열이가 매혹적으로 등장하는 게 정서감이나 설득력이 있다고 믿었죠. (준열이의) 매력을 느끼는 관객들이 늘어나면, 영화 뿌리의 영양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 ‘독전’에서 새로운 발견이라고 볼 수 있는 건 배우 진서연의 변신이었다.

“그 역할을 캐스팅 할 때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어요. 거의 몇 달, 육 개월 동안 어마어마하게 봤죠. 근데 모든 배우들이 사전에 모여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 똑같이 연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설정을 바꿀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근데 진서연 배우를 만났을 때 놀랐죠. 제가 바라던 모든 게 있었어요. 애교를 부리는데 무섭고, 섹시함이 너무 공격적이라 압사될 것 같은 느낌이요. 독기를 연기 하디 보단, 진짜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탑재돼 있었죠. 연출부가 오디션 때 대사를 받아주는데, 연기를 너무 무서워했어요.”

● 故 김주혁의 연기도 역대급 악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캐스팅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하림 역(김주혁 분)은 시나리오 쓸 때 가장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쓴 캐릭터예요. 쓰면서도 이걸 어떻게 연기하지 싶었죠. 하나의 사건 안에서 너무 많은 높낮이, 변화, 상황이 많아서 이걸 연기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구나 생각했죠. 그때는 주혁 선배님이 본격적으로 악역을 하기 전이었어요. 시나리오로 고민할 때 ‘비밀은 없다’가 개봉했었죠. 그 영화에서 선배님이 보여준 독기나 안에 있는 뜨거운 느낌들이 엿보였어요. 그게 매혹적이었죠. ‘공조’를 그 뒤에 봤는데 악역을 정말 잘 해주셨죠. 그걸 꺼내서 증폭시키고 싶은 욕심도 생겼어요. 현장에서 하림으로 분해 걸어 들어오는 장면을 찍을 때 모두가 압도됐어요. 더할 나위 없는 연기를 보여주셨죠.”


● 영화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저는 이 영화가 누가 누굴 응징하고, 누가 살아남고, 그런 게 이야기의 엔딩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저는 못 만들 것 같았고요(웃음). 그래서 그걸 보고 싶지 않았고, 그건 이 영화 불변의 엔딩이었어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죠. 이걸로 투자까지 받았으니까요. 이게 최선의 엔딩이고, 감독으로서 가장 만족스러운 귀결점이었어요. 이 결말이 감독판이죠. 아까 식당에서 어떤 아주머니께서 ‘그래서 결말이 뭐예요!’라고 제 팔을 잡고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 앞으로 ‘독전’의 흥행을 어디까지 기대하나?

“투자하신 분들이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흥행하면 더 겸손해지고 싶어요. 흥행작을 내야 한다는 건 감독으로서 그만큼 더 여유 있게, 자기 확신에 차서 작품을 만드는 여지가 생기는 거니까요. 더 자기 확신을 가지고 유연하게 상업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상태를 꿈꾸죠. 그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요.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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