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사사로운 이야기] 그들이 만든 영화들은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입력 2018-06-04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감독 임순례-이준익-이창동(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임순례·이준익 그리고 이창동

임권택 정지영 감독이 작품 활동을 하지만 한국영화계에서 70대 이상 현역감독을 찾기는 쉽지 않다. 72세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SF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발표하고, 그보다 한 살 많은 조지 밀러 감독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로 관객을 ‘미치게’ 만든 사실을 떠올리면 부러운 마음마저 생긴다.

그나마 근래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시니어 영화감독을 꼽자면 이준익, 임순례, 이창동 감독 정도다. 환갑 전후인 이들은 최근 약속이나 한듯 청춘 그리고 젊음을 화두로 꺼냈다. 이들이 실제 지나왔고, 그래서 더 애틋한 그 시절에 손길을 내미는 것 같다.

임순례 감독은 따뜻한 위로다. 2월 ‘리틀 포레스트’를 내놓으면서 감독은 “20대는 직업을 확실히 갖기도 쉽지 않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방황하는 것 같다. 기성세대로서 그들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 애잔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평소 20대와도 친구로 지내는 이준익 감독의 성향과 지향은 신작 ‘변산’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20대가 열광하는 힙합을 소재로 택한 사실부터 그가 바라보는 청춘의 모습이 짐작된다. ‘동주’, ‘박열’까지 더해 그의 최근작들은 ‘청춘 연작’으로 명명된다. 몇 년째 감독의 관심이 청춘에 머물러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버닝’의 이창동 감독은 지금 20대에 청춘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단어에 담긴 ‘봄[春]’이라는 의미가 과연 이 시대 젊은이를 상징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서다. 때문에 감독은 굳이 ‘젊음’이라는 단어를 고집한다.

왜 청춘이고 왜 젊음이어야 할까. 이창동 감독에 물었더니 그는 몇 초간의 침묵 끝에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게 아니겠냐”며 웃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